정부가 민간 대기업들에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을 지속적으로 압박하는 가운데 최근 한국전력 등 정부 산하 15개 공기업들도 공공기관 동반성장협의회를 결성하고 하도급 제도 개선, 협력사 지원 등에 나선다는 내용의 관련 대책들을 쏟아냈다. 공기업들이 정부 정책에 적극 부응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정작 우리가 걱정하는 것은 정부의 동반성장 정책 부응을 핑계로 공기업들의 구조개편, 경영 효율화 등 정작 중요한 개혁과제들이 희석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사실 이번 대책은 정황상으로 볼 때 매년 평가를 받아야 하는 공기업들이 정부의 동반성장 정책에 급히 장단을 맞춘 성격이 짙어 보인다는 점을 우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지역난방공사 등 사회간접자본(SOC) 공기업들은 하도급 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고, 한전 등은 해외 진출시 중소기업과의 동반진출을 강화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하도급 문제나 협력사 지원 등은 굳이 동반성장으로 포장할 필요도 없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이거나, 공정거래 차원에서 시정하면 될 일이다. 문제는 과거의 예로 볼 때 공기업들이 정부 정책에 부응한다는 이유로 슬그머니 인력을 늘리고 조직을 확장하는 등 개혁에 역행한 사례가 적지 않았고, 정부 역시 이를 묵인하거나 이용한 측면이 없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번에도 그렇게 되지 말란 법이 없다.

공기업이 동반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시장으로 넘겨야 할 부분은 지체없이 과감하게 정리를 하고 경영을 효율화하는 데 있다. 공기업의 민영화, 지분매각, 출자회사 정리, 기능 재조정 등 구조개편과 과도한 급여, 및 복지 혜택 축소가 요구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공기업 때문에 시장이 쪼그라들거나 왜곡되는 환경에서 정부와 공기업이 아무리 동반성장을 외친들 허울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이명박 정부가 공기업 선진화를 들고 나왔지만 정권 초에 비해 개혁의지가 크게 퇴색했다는 평가가 적지않다. 공기업 개혁을 확실히 하는 것이 동반성장의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