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석유시장에서 리비아의 생산량이 차지하는 비중은 2%에도 못 미친다.

지금까지 반정부 시위사태로 리비아의 생산량은 하루 100만배럴 정도가 줄어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비아 사태가 전 세계 석유시장을 공포로 몰아넣으면서 유가가 폭등하게 만든 이유는 무엇일까.

뉴욕타임스(NYT)는 리비아에 매장된 원유가 고품질의 제품이어서 다른 제품으로 대체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전 세계 석유시장에서 리비아산 원유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24일 분석했다.

리비아의 원유는 유황성분이 적은 고품질의 원유(Sweet Crude)이며, 유럽과 아시아 지역은 유황성분이 많은 원유(Sour Crude)를 정제할만한 시설이 많지 않기 때문에 리비아산 원유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것이다.

석유시장 전문가들은 리비아 사태가 앞으로 몇 주일 더 지속되면 유럽 정유회사들이 미국에 주로 이 고품질 원유를 공급하던 알제리와 나이지리아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곧 이런 고품질의 원유 공급 부족을 심화시켜 유럽은 물론 리비아산 원유에 별로 의존하지 않던 미국에서도 유가가 급등하게 됨을 의미한다.

미 에너지정책연구재단(EPRF)의 로런스 골드스틴 소장은 "그렇게 되면 이런 고품질 원유 정유업체들이 모두 입찰 경쟁을 벌여야 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면서 "양보다는 질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원유 수급 면에서 리비아 사태로 인한 충격은 유럽이 미국보다 더 크다.

리비아가 수출하는 물량의 85% 이상을 유럽이 수입하며 이중 3분의 1 이상은 이탈리아가 가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나머지는 아시아가 수입하고 미국에 수입되는 물량은 5% 수준이다.

이런 구조 때문에 리비아의 카다피 국가원수가 석유시설 파괴를 명령했다는 소문이 돌자 전 세계 석유시장에 충격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으며 유가가 폭등세를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경제전문가들은 특히 전 세계 경제가 침체의 어둡고 긴 터널을 간신히 빠져나와 미미한 회복세를 보이는 시점에서 이런 유가 급등세가 발생한 점을 우려하고 있다.

유가가 급등하면 당장 휘발유 가격 등의 상승으로 이어져 가계의 소비를 제약하고 이는 소비 회복의 걸림돌로 작용하면서 경기 회복 속도가 지연되거나 경기가 다시 하강국면으로 빠져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석유가격이 배럴당 10달러 오르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2년간 0.5%포인트 떨어뜨리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또 미국에서는 휘발유 가격 1센트 인상시 소비자들이 연간 10억달러 이상을 더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뉴욕연합뉴스) 김지훈 특파원 hoon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