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사태 악화일로] 시위대 "트리폴리를 해방시켜라"…'피의 금요일' 공포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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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위대ㆍ카다피 대혈투 임박
서부지역도 상당부분 장악…25일 대규모 反정부 시위 예고
카다피, 이슬람 사원에 미사일 공격…생화학 무기 사용 가능성도
'포스트 카다피' 논의 급물살…알카에다, 동부지역 세력 확보
서부지역도 상당부분 장악…25일 대규모 反정부 시위 예고
카다피, 이슬람 사원에 미사일 공격…생화학 무기 사용 가능성도
'포스트 카다피' 논의 급물살…알카에다, 동부지역 세력 확보
리비아 반정부 시위대가 동부에 이어 서부지역까지 장악하면서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를 압박하고 있다. 시위대는 수도 트리폴리에서도 24~25일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벵가지를 비롯한 동부지역을 장악한 시위대도 무장한 채 트리폴리로 속속 진군하고 있다. 카다피는 아프리카 용병을 동원해 결사 항전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이슬람 사원을 미사일로 공격하는 등 시위대에 대한 무차별 학살을 계속하고 있다.
◆무장 시위대,트리폴리로 진격
아랍위성TV 알자지라 등 외신은 23일 "시위대가 리비아 서부에 있는 제3의 도시인 미수라타를 장악하면서 서부지역까지 점령했다"고 보도했다. 미수라타는 수도 트리폴리에서 불과 200㎞ 떨어진 곳이다. 또 트리폴리 서쪽에 있는 즈와리도 시위대의 세력권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시위대는 벵가지 토브룩 등 동부지역을 장악했다. 카다피의 힘이 미치는 곳은 트리폴리와 인근 도시인 사브라타 등 소수 지역에 불과한 상태다.
AP통신은 "동부지역의 시위대가 무장한 채 트리폴리로 진군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탈리아 안사통신은 리비아 최대 부족인 와르팔라 부족이 트리폴리 공격을 앞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독재정권 축출에 성공한 튀니지와 이집트의 청년들도 "트리폴리를 해방시켜라"는 구호를 외치며 트리폴리 공격에 가담했다. 트리폴리에서 예정된 24~25일 이틀간의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고비가 될 전망이다.
이에 맞서 카다피는 보안군과 아프리카 용병들을 동원해 맞서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수천명의 아프리카 용병과 카다피를 지지하는 민병대들이 트리폴리로 향하는 도로를 가득 메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NYT는 카다피가 거주하는 트리폴리의 아지지야 구역은 보안군과 아프리카 용병이 겹겹이 에워싸고 있다고 전했다.
카다피는 시위대에 대한 공격을 계속하고 있다. 알자지라는 24일 보안군이 수도 트리폴리 인근 도시인 자위야에서 반정부 시위대가 모여 있던 이슬람 사원을 미사일과 자동 화기로 공격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1000여명의 '함자 연대' 소속 보안군은 이날 시위대가 장악한 미수라타에 대한 공격을 감행했다.
전직 카다피 의전비서관인 누리 엘 미스마리는 "유혈충돌로 사망자는 1000여명이 넘는다"고 말했다. 알자지라 등 주요 외신은 사망자 수가 2000여명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일각에선 카다피가 시위대에 생화학 무기까지 사용할 것이란 전망도 내놓는다. 데이비드 오웬 전 영국 외무장관은 이날 "카다피는 시위대에 생화학 무기를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지적했다.
◆포스트 카다피 논의 시작
카다피 정권이 무너지는 건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포스트 카다피 체제'에 대한 논의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알자지라는 이날 "시위대 소속 교수 의사 시민활동가 등 60여명이 포스트 카다피 체제와 관련된 공개서한을 내놓았다"고 전했다. 이들은 서한에서 "과도정부를 세우고 새 헌법을 작성할 대표들로 의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CNN은 "카다피가 축출되면 리비아 부족 간 내전이 오히려 격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42년간 리비아를 철권통치한 카다피가 자신을 위협할 싹을 잘라버렸기 때문에 그를 대체할 만큼 영향력 있는 인물이 없다는 얘기다. 군부가 권력을 이양받은 이집트와 달리 리비아에선 군부의 세력도 약하다. 쿠데타로 집권한 카다피가 쿠데타를 막기 위해 일부러 군대를 축소시켰기 때문이다. 대신 친위대인 보안군의 힘을 키우는 데 주력했다. 반정부 시위 이후 군부 이탈이 가속화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500여개 부족으로 구성된 리비아가 부족 간 내전에 휩싸일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전망이다.
혼란을 틈타 테러조직 알카에다도 리비아 동부지역에 이슬람 토후국을 세울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랍위성방송 알아라비야는 칼레드 카심 리비아 외무차관의 발언을 인용,"동부 데르나지역에 압델 카림 알 하사디가 이끄는 알카에다가 세력을 넓히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알자지라는 이날 카다피의 딸을 태운 비행기가 몰타 국제공항에 착륙하려 했으나 착륙허가가 거부돼 리비아로 돌아왔다고 전했다. 지난 22일엔 카다피의 며느리가 탄 개인용 항공기가 레바논 베이루트공항에 착륙하려 했지만 허가를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