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밴쿠버 시내와 북쪽 산악지대를 연결하는 99번 해안도로는 '시투스카이(Sea to Sky) 하이웨이'로 불린다. 북미 최대 스키 리조트 휘슬러로 연결되는 이 도로가 하늘과 바다가 만나는 곳과 같다고 해서 붙여진 별칭이다. 굽이치는 도로 왼편으로 푸른 하우해협의 풍광이 펼쳐지고,조금 지나면 바다빛을 닮은 코스트산맥의 능선이 이어진다.

생경한 모습에 정신이 팔린 채 두 시간쯤 달리자 드디어 '웰컴 투 휘슬러'란 입간판이 보인다. 하지만 숙소가 있는 '어퍼빌리지'에 도착하기까지는 15분이 더 걸렸다. 규모도 규모지만 눈앞에 나타난 해발 2000m의 설산은 근엄하다 못해 왠지 모를 위압감까지 준다.

◆파우더 스키의 매력 속으로

휘슬러는 휘슬러산과 블랙콤산에 걸쳐 있는 북미 최대 스키 리조트다. 쌍둥이처럼 마주보고 있는 산 중앙 계곡에는 휘슬러 빌리지를 중심으로 빌리지 노스,어퍼빌리지,크릭사이드 등 4개 구역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리조트 단지가 자리잡고 있다. 포시즌,웨스틴,페어몬트 등 최고급 호텔은 물론 콘도와 저렴한 모텔까지 다양한 숙박시설이 군집해 있고,일식 중식 한식 등 다국적 레스토랑이 80여개나 운영되고 있다. 상점과 스파, 박물관 등 편의시설 규모만도 하나의 도시를 방불케 할 정도여서 굳이 스키를 타지 않아도 즐기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휘슬러에서 스키를 빼놓을 순 없다. 연평균 강설량이 10m를 넘는 데다 산 중턱 스노 라인이 6월까지 유지되는 덕에 휘슬러에선 성수기로 접어드는 11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1년의 절반 이상 스키를 즐길 수 있다. 200여개에 달하는 슬로프를 연결하는 38개의 리프트와 곤돌라가 쉼없이 돌아가고 있어 웬만해선 줄을 서서 기다리는 일도 없다.

또다른 매력은 '파우더 스노(powder snow)'에 가까운 설질이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는 바다에 인접해 있어 다른 지역보다 기온이 높은 대신 겨울이 우기다. 휘슬러 지역에 내리는 눈도 물기를 많이 머금고 있지만 워낙 양이 많아 굳을 여유가 없다. 보호대 없이 스노보드를 타도 오히려 넘어지는 게 즐거울 정도다.

스노보드 강사인 에밀리는 "날씨가 궂은 날엔 눈보라가 몰아치는 정상 쪽에 사람들이 몰린다"고 귀뜀했다. 갓 내린 눈 위에서 눈발을 흩날리며 스키를 타는 재미를 맛보기 위해서다.

스키나 스노보드에 익숙지 않아도 걱정할 것 없다. 스노모빌과 눈썰매처럼 탈 수 있는 스노튜브,눈 위를 걸을 수 있는 스노슈즈 등 즐길 거리가 많다. 짜릿함을 원한다면 나무 사이를 연결한 로프를 도르래처럼 타고 내려오는 집트랙이나 휘슬러산과 블랙콤산 꼭대기를 연결한 '픽투픽(Peak to Peak)' 곤돌라를 타보자.63빌딩의 9배에 달하는 높이에서 투명한 바닥으로 내려다보이는 풍경은 두려움도 잊을 만하다.

◆진화하는 겨울 레포츠의 메카

스키어들의 천국이라고 불리지만,휘슬러를 단순히 규모가 큰 스키장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곳에서 즐길 수 있는 레포츠 활동은 말 그대로 상상 그 이상이다. 일정을 책임지고 있는 가이드가 다음 날 일행을 데려간 곳은 휘슬러 슬라이딩 센터다.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스켈레톤 봅슬레이 루지 등 썰매경기가 열렸던 곳이다. 1450m 길이에 총 16개 커브구간으로 이뤄진 코스 중 상대적으로 굴곡이 완만하고 직선이 많은 구간을 이용해 일반인 대상 스켈레톤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스켈레톤은 라이딩 시간이 고작 30초에 불과하다. 안전교육에는 한 시간이 넘게 걸린다. 안전요원들이 있다곤 하지만 참가자 홀로 썰매를 타고 내려가기 때문이다. 워터슬라이드를 엎드려 타는 것과 비슷하다. 하지만 활강할 때 온몸으로 느껴지는 속도감과 중력은 워터슬라이드나 롤러코스터에 비할 바가 못 된다. 최고 속도가 나온다는 마지막 커브구간 '선더버드'의 기록은 시속 95.9㎞.인간탄환이 된 기분이다.

간신히 멈춘 썰매에서 일어설 땐 중력차 때문에 마치 물 속에서 허우적대는 것 같다. 심장은 요동치고 온몸이 저릿하지만 환호성이 절로 터져나온다. 145.6캐나다달러(세금 포함,약 16만원)로 비용이 다소 비싼 게 흠이다. 하지만 색다른 스릴을 원한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있다. 한 번에 두 차례 탈 기회가 주어진다. 내달 20일까지 휘슬러 슬라이딩 센터 홈페이지(www.whistlerslidingcentre.com)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 올 겨울 시즌엔 봅슬레이도 탈 수 있게 된다.

조금 떨어져 있는 올림픽파크에서는 선수들이 이용했던 시설과 코스 그대로 바이애슬론과 크로스컨트리를 즐길 수 있다. 휘슬러는 올림픽 경기시설을 이용해 새로운 겨울 레포츠 왕국으로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역대 개최지 중 올림픽의 유산을 가장 잘 활용하고 있는 곳으로 꼽히는 이유다.

휘슬러=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


◆ 여행 팁

캐나다 서부지역의 관문은 밴쿠버다. 휘슬러는 밴쿠버에서 차로 두 시간 거리에 있다. 연간 200만명이 찾는 북미 최대의 스키 리조트다. 휘슬러 계곡 한가운데에 리조트 단지가 있다. 휘슬러 빌리지,빌리지 노스,어퍼 빌리지,크리크 사이드 등 4개 구역으로 나뉘어 있다. 휘슬러 빌리지에 레스토랑과 상점 등 편의시설이 있다. 최고급 호텔과 저렴한 모텔까지 다양한 숙박시설을 갖추고 있다.

한국보다 17시간 늦다. 통화단위는 캐나다달러.현금매입 기준 1캐나다달러에 1168원 내외.대한항공 에어캐나다가 밴쿠버 직항편을 운항한다. 비행시간은 9시간30분.브리티시컬럼비아 주 관광청 한국사무소 (02)777-1977,www.hello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