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우 "나는 '親羅' 아니다…소신껏 일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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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경 단독 기내 인터뷰
편파인사ㆍ탕평인사 아닌 실용인사로 '신한문화' 재정립
시장 존경받는 CEO 나오게 지배구조 획기적으로 바꿀 것
교포 주주와 창립 때부터 알아…의사소통 전혀 문제 없다
편파인사ㆍ탕평인사 아닌 실용인사로 '신한문화' 재정립
시장 존경받는 CEO 나오게 지배구조 획기적으로 바꿀 것
교포 주주와 창립 때부터 알아…의사소통 전혀 문제 없다
22일 오후 1시40분.김포공항에서 일본 오사카로 가는 대한항공 KE2727편이 이륙했다.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 내정자는 창밖을 바라보며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지난 21일 이사회에서 차기 회장 후보로 최종 선임된 후 곧바로 떠나는 일본행이다.
신한금융의 설립자이자 대주주인 재일교포들은 5개월여의 내분 사태 과정에서 큰 상처를 입었다. 30여년을 믿었던 '대리인' 라응찬 전 회장과 대립각을 세우면서다. 한 내정자는 지금 그들의 마음을 되돌려 놓으려 떠나는 참이다. 그는 비행기에 동승한 기자에게 "이번 방문에서는 주주들의 말을 무조건 들으려고 한다"며 운을 떼었다. 창업 주주들이 보기에 부족한 점이 있다면 모두 들어서 경영에 반영하겠다는 얘기다.
1시간40여분의 비행시간 동안 한 내정자는 한국경제신문과 단독으로 기내 인터뷰를 가졌다. 그가 회장후보로 선출된 뒤 가진 첫 인터뷰다. 그는 "앞으로 기업 인수 · 합병(M&A)도 하고 지배구조도 개선해 신한금융의 가치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내분 사태를 수습하기 위한 인사 방침으로는 "편파인사도,그렇다고 탕평인사도 아닌 적재적소에 인재를 활용하는 실용주의 인사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내정자는 1982년 신한은행 설립사무국에 입사해 30년 가까이 신한에서 일한 정통 신한맨이다. 그는 "능력에 따른 공평무사한 인사라는 신한의 근본 경쟁력을 되살릴 것"이라며 "과거의 조직우선주의에서 벗어나 직원의 만족과 조직의 발전을 일치시키는 새로운 신한문화를 정착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어제(21일) 이사회가 끝나자마자 일본행을 선택하셨는데.
"내분 사태 과정에서 교포 주주들과 신한금융 최고경영진 간에 간극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주주들의 이야기를 들어 경영에 반영하려고 합니다. 이번엔 말하기보다 많이 들을 예정입니다. 저는 열심히 하겠다는 말밖에는 하지 않을 겁니다. "
▼라응찬 전 회장의 지원을 받아 차기 회장에 선출됐다는 이미지가 많습니다만.
"국내 사외이사들이 '친 라응찬' 성향이라서 저를 뽑았다고 하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분들은 신한의 미래를 위해 고민을 많이 하신 걸로 압니다. '친라(親羅) 후보'라서가 아니라 고민 끝에 내부 출신 후보가 좋겠다고 결론을 내리고 저를 추천해 주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
▼누구에게도 휘둘리지 않고 소신껏 일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도 되겠습니까.
"신한 직원들이 저를 좋아하는 이유도 나름대로 소신을 갖고 일해왔기 때문입니다. '친 라응찬'이라는 표현은 내 소신과 다른 누군가의 뜻을 받들어 일을 한다는 의미 아닙니까. 저는 그렇지 않습니다. 다른 누군가의 뜻에 따라서가 아니라,무엇이 신한에 좋은 것인지를 기준으로 판단해 실천할 생각입니다. "
▼재일교포 이사들은 대부분 한 내정자를 지지하지 않았는데요.
"이제는 그런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봅니다. 이분들은 창업 주주들입니다. 모두 그룹이 잘 되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하고 있죠.같은 뜻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의사소통이 잘될 것으로 믿습니다. 재일교포 주주들과는 1982년 신한은행 설립사무국 시절부터 잘 알고 지냈습니다. 그분들은 내가 어떻게 회사 생활을 했는지 너무 잘 알고 계시고요. 2002년 제가 사장으로 취임할 당시 신한생명은 누적적자가 3000억원에 달했습니다. 그 뒤 신한생명을 3년 만에 흑자로 전환시키고 2002년 설립 13년 만에 처음으로 1% 배당을 실시했을 때 주주분들이 모두 뛸듯이 기뻐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신한이 요즘같이 어려울 때 이 사람이라면 잘해낼 것'이라는 기대가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
▼신한생명을 그렇게 빨리 정상화시킬 수 있었던 비결이 무엇입니까.
"잘못된 투자 자산을 모두 정리하고 우량주식과 채권으로 바꿔 자금흐름을 개선했습니다. 출혈 상품의 판매도 자제했고요. 아무래도 회사 규모가 작다보니 지점도 부족하고 영업에도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텔레마케터를 키우고 대리점 영업을 강화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직원들에게 '위기 상황을 잘 돌파하자.지주회사가 만들어졌는데 편입도 되지 못하는 회사에 다닌다는 치욕을 씻어내자'며 강한 동기부여를 했던 게 주효했다고 생각합니다. "
▼당시의 경험이 신한금융그룹 경영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는지요.
"당시 신한생명에는 흑자전환을 해서 빨리 지주회사에 편입돼야 한다는 공동의 목표가 있었죠.지금의 신한금융도 마찬가지입니다. 본래 신한의 모습으로 하루 빨리 되돌아가야 한다는 공동의 목표와 분위기를 만들어야 합니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성공한다는 '공평무사한 인사'가 그 핵심이 될 것입니다. "
▼똘똘 뭉치는 '신한 문화'를 다시 되살리겠다는 뜻입니까.
"그렇습니다. 하지만 과거와 같지는 않을 겁니다. 과거 신한정신은 '조직우선주의'였습니다. 조직을 위해 개인을 희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었죠.하지만 앞으로는 직원들의 만족이나 욕구를 조직의 목표와 일치시키는 방향으로 새로운 문화를 정립해 나갈 생각입니다. "
▼일부에서는 인사 칼바람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만.
"일괄사표 후 선별수리 같은 '전시형' 인사는 하지 않을 것입니다. '친 라응찬''친 신상훈' 등 그 어느 쪽에 섰던 사람이건 편파인사는 안할 겁니다. 그렇다고 탕평인사도 하지 않을 생각이고요. 대신 적재적소에 인재를 배치하는 실용주의적 인사를 할 생각입니다. 그래야 파벌도 사라지고 신한이 다시 하나가 될 수 있습니다. "
▼신한금융의 시가총액이 약 24조원인데요. 저평가됐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그동안 LG카드,조흥은행 등을 잇달아 인수하면서 M&A에 대한 여력이 없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소극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경영실적도 굉장히 좋았습니다. 좋은 물건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검토할 생각입니다. "
▼해외진출에 대한 생각은 어떻습니까.
"우리에게 글로벌화란 우리 고객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때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을 뜻합니다. 그룹의 능력에 맞는 글로벌화를 해야 하는 것이지요. 물론 해외에서도 하겠지만 국내에서도 좋은 물건이 나오면 계속 M&A를 검토할 것입니다. "
▼최고경영자(CEO) 리스크도 신한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 같습니다.
"물론이죠.지배구조가 제대로 정립돼 있지 않아 이 같은 문제가 생겼습니다. 30년을 일한 내가 '우리집'에서 면접을 보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고요.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시스템을 정비할 것입니다. 시장에서 존경받고 고객과 직원들로부터 인정받는 사람이 CEO가 될 수 있도록 할 생각입니다. "
오사카=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