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 북아프리카 지역의 정치 불안이 회복기 세계 경제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튀니지 이집트에 이어 리비아 바레인 등 주요 산유국으로 반정부 시위가 확산되면서 국제유가가 2년반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재연되면서 미국 국채와 금 · 은 등으로 자금이 몰리고 있다.

특히 석유수출국기구(OPEC) 8위 산유국인 리비아에서 대규모 유혈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지면서 리비아산 원유 의존도가 높은 유럽을 필두로 세계 증시도 크게 하락했다. 주요 중동국가의 신용등급 하락 도미노가 현실화하면서 아랍권 정치 불안이 세계 경제 회복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21일 "리비아 등 중동 · 북아프리카 지역의 정치 불안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며 "유가가 치솟고 유럽과 아시아 등의 증시가 급락세를 보이면서 글로벌 경제 회복이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도했다.

연초부터 세계 경제가 식품 등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심해지는 가운데 대형 물가 불안 요인이 추가된 것이다. 최대 현안은 전 세계 석유 생산의 36%를 담당하는 아랍권 정정 불안으로 국제유가가 들썩인다는 점.이날 런던석유거래소(ICE)에서 브렌트유는 배럴당 2.63달러(2.5%) 오른 105.15달러에 거래를 마쳐 2008년 9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장중엔 108.30달러까지 치솟았다.

국내 수입 원유의 기준 가격 역할을 하는 두바이유 가격도 30개월 만에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안전자산 쏠림 현상이 재연되면서 21일 금값은 뉴욕상품거래소(NYMEX) 전자거래에서 온스당 1400달러를 돌파하며 7주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은가격도 30년 만에 최고치인 온스당 33.91달러에 달했다.

주요 신용평가사들은 민주화 시위로 정권 기반이 흔들리고 있는 아랍국가들의 신용등급을 잇따라 떨어뜨렸다. 피치는 리비아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 낮췄고,스탠더드 앤드 푸어스는 리비아와 바레인의 신용등급을 하향했다.

국내에서도 22일 코스피지수가 전날보다 35.38포인트(1.76%) 급락한 1969.92로 마감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