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튀니지에서 불붙은 북아프리카 · 중동 지역의 민주화 시위가 리비아 · 이란으로 확산되면서 전 세계 석유 수급에도 비상이 걸렸다. 글로벌 원유 공급량에서 이집트 · 튀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0.7%,0.1%로 미미하지만 리비아는 2% 수준에 달하고 있다. 이란 역시 전 세계 원유의 4.3%를 공급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관계자는 "리비아와 이란 지역의 정정 불안은 수에즈운하 봉쇄 가능성이라는 이집트발(發) 악재와 달리 세계 석유시장에 직접적인 공급 충격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반정부 시위가 주변의 이란 · 이라크로까지 본격 옮겨붙을 경우 이 지역에서 한 해 원유 소비량의 17.3%를 수입하는 한국도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리비아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으로 세계에서 여덟 번째로 원유 매장량이 많은 국가다. 확인된 원유 매장량은 391억배럴로 전 세계 매장량의 3.1%를 차지한다. 하루 원유 생산량은 160만배럴로 이 중 75%인 120만배럴을 수출한다. 160만배럴은 미국 하루 원유 소비량의 9%에 달하는 양이다. 지역적으로 인접한 유럽 지역에 대부분의 원유를 수출하고 있다.

구자권 석유공사 해외석유동향팀장은 "리비아산 원유는 대표적인 경질유,저유황 제품으로 비슷한 유질의 브렌트유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며 "리비아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글로벌 수급 불균형으로 브렌트유는 물론 두바이유,서부텍사스원유(WTI) 등 나머지 유종 가격의 상승을 부추길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단기적으로 리비아의 원유 수급 불안이 국내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미미하다. 지난해 리비아에서 들여온 원유 수입액은 3728만달러로 전체 원유 수입액의 0.05%에 불과하다. 국내 4대 정유사들이 리비아에서 수입하는 원유는 아예 없다. 중동 국가들에 비해 한국과 지역적으로 더 멀리 떨어져 있는 리비아로부터 굳이 원유를 수입할 이유가 없어서다.

하지만 리비아 사태가 이란으로 확산될 경우 얘기는 달라진다. 이란에서 수입하는 연간 원유량은 7260만배럴로 전체의 9.8%에 달한다. 이란산 원유 공급차질은 국내 정유사들이 쓰는 두바이유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 파장도 클 수밖에 없다.

리비아 엘리펀트 유전개발 사업에 참여하는 국내 석유개발 업체들도 리비아 사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004년부터 상업생산을 시작한 엘리펀트 유전개발 사업에는 한국 컨소시엄(석유공사 2%,SK 1%,마주코 0.6%,대성 0.2%,서울도시가스 0.2%)이 4%의 지분을 갖고 있다. 1990년 이 사업에 뛰어든 한국 컨소시엄의 지분은 당초 11.64%였지만,리비아 정부가 2008년 계약기간 연장을 이유로 자국 지분을 일방적으로 높여 한국의 보유 지분이 낮아졌다. 업계 관계자는 "사태가 최악의 상황까지 치달을 경우 베네수엘라처럼 해외 기업들이 지분 참여를 하고 있는 유전 광구의 국유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