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집 '일곱 가지 색깔…' 출간
21일 오후 5시 서울 중구의 한 호프집에 소설가 여섯 명이 차례로 모여들었다. 등단 10년을 넘긴 김숨 씨를 비롯해 장은진,윤이형,황정은,김이설,한유주 씨 등 대부분 문단 데뷔 5~7년차의 30대 여성 작가들이었다. 이들은 '비'를 주제로 중 · 단편 소설 7편을 엮은 소설집 《일곱 가지 색깔로 내리는 비》(열림원 펴냄)에 참여한 작가들.세미나 참석차 일본을 방문 중인 김미월 씨는 참석하지 못했다.
김숨 씨는 "비는 자칫하면 상투적일 수 있는 주제여서 나만의 사유를 담아내려고 노력했다"며 "무엇보다 고유의 감각과 개성있는 문체를 가진,평소 좋아하던 동년배 작가들과 함께 작업할 수 있어 매력적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다른 작가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최근 몇 년 새 '테마 소설집'이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은 책 한 권으로 여러 작가의 작품세계를 엿볼 수 있어서다. 《일곱 가지 색깔로 내리는 비》도 작가마다 다채로운 '비'의 색과 맛을 담아냈다.
2006년 등단한 김이설 씨는 쏟아지는 폭우와 태풍을 뒤틀린 욕망과 병적 에로티시즘을 조장하는 날씨로 묘사했다. 단편 '키즈스타플레이타운'은 어린 시절 근친상간의 상처를 간직한 화자가 어린이용 실내놀이터의 사장이자 소아기호증 성향을 가진 남편의 여아 성추행을 묵인하며 괴로워하는 내용.김씨는 "결혼하고 두 딸을 출산한 후부터 여성의 육체와 삶,그들이 견뎌내야 할 힘의 논리 등에 보다 큰 관심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반면 2004년 등단한 장은진 씨는 남성의 시각에서 얘기를 풀어냈다. 장씨는 '티슈,지붕,그리고 하얀 구두 신은 고양이'에서 부인과 이혼하고 사회로부터 자신을 고립시켰던 한 남자의 치유기를 그렸다. 이혼의 충격때문에 다락방과 지붕에 자신을 가두고 살던 소설의 주인공은 인근 아파트 14층에서 흩날리는 티슈를 통해 '삶은 마음먹기에 따라 한 장의 티슈처럼 가볍고 상쾌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장씨는 "상상력을 동원해 남성의 심리를 표현할 때 오히려 더 과감하고 자유로웠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언제 그칠지 알 수 없는 비를 바라보며 몇 시간씩 기다리는 치과 환자들을 그린 김숨의 '대기자들',고교 시절 백일장에서 남의 시를 베껴 장원에 당선된 한 여자의 자책감을 그린 김미월의 '여름 팬터마임' 등이 함께 실렸다.
테마 소설집에 처음 참여한 김이설 씨는 "동일한 테마를 다루면서도 나만의 개성을 살려야 하는 부담이 있었지만 독자들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