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인 19일 오전 7시30분 서울 여의도 금융위원회 11층 대회의실.김석동 금융위원장,김종창 금융감독원장,임종룡 기획재정부 1차관,이주열 한국은행 부총재 등 9명의 금융위원회 위원들이 속속 자리를 잡았다. 부산2 · 중앙부산 · 전주 등 부산저축은행 계열 3곳과 전남 목포의 보해저축은행에 대한 영업정지 여부를 논의하기 위해 소집된 임시회의였다.

김준현 금감원 국장의 현황보고에 이어 20여분간 논의가 이어졌다. 영업정지 결정이 내려졌다. 부산 · 대전저축은행이 17일 영업정지된 지 이틀 만에 4개 저축은행이 다시 문을 닫는 순간이었다.

◆부산계열 3곳,이틀 만에 '백기'

금융위는 부산계열 5개 저축은행 가운데 부산 · 대전저축은행의 영업을 17일 정지하는 조치를 내릴 때 나머지 3곳을 제외했다. 부산2 · 중앙부산 · 전주저축은행 측이 "유동성에 전혀 문제가 없다"며 완강하게 버텼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회사인 부산저축은행의 영업정지 여파로 예금 인출 사태가 확산되자 불과 이틀 만에 백기를 들어 스스로 영업정지를 신청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17,18일 부산2 · 중앙부산 · 전주 등 부산계열 3곳과 보해 등 4개 저축은행에서는 4500억원이 인출됐다. 특히 부산2 · 중앙부산 저축은행에는 1만명이 넘는 고객이 몰려 하루 약 1700억원씩 예금이 빠져나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지난달 삼화저축은행 영업정지 이후 저축은행중앙회가 부산 계열 5곳에 긴급 지원한 2700억원도 거의 소진됐다. 현재 부산계열사 3곳에 남아 있는 현금과 예금은 부산2가 약 1000억원,중앙부산은 10억원,전주는 50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5% 미만으로 분류된 보해저축은행에서도 이틀간 약 300억원의 예금이 인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때문에 "740억원을 조만간 유치할테니 말미를 달라"는 대주주 호소도 당국을 설득하지 못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들 저축은행을 그냥 놔 두었더라면 21일 영업시간에 유동성이 고갈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5% 비율 미달 저축은행 '관심'

금융위가 명단을 공개한 부산저축은행 계열사들과 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5%에 못 미치는 5곳의 저축은행 가운데 영업정지를 당하지 않은 새누리 · 우리 · 예쓰 · 도민 등 4곳의 향배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예금이 일부 인출된 새누리 · 우리 · 예쓰 등 3곳의 건전성에는 현재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새누리와 우리는 1997년 외환위기 당시 부실 저축은행을 인수한 곳들이다. 2013년까지 일반적인 BIS 자기자본비율 대신 별도로 마련된 비율(부칙 BIS비율)이 적용되고 있다. 저축은행들은 자기자본비율이 5% 이하로 떨어지면 적기시정조치 대상이 되지만 새누리와 우리는 부칙 BIS 비율이 각각 -2.88%와 0.49% 이하로 떨어져야 대상이 된다. 작년 말 기준 새누리는 부칙 BIS 비율이 19.24%로 지도기준을 대폭 상회하고,우리도 5.20%로 지도기준을 웃돌고 있다.

예쓰는 예금보험공사가 100% 주식을 보유하고 있어 문제가 없다. 춘천의 도민저축은행은 금융위가 지난달 말 증자 등을 포함한 경영개선계획을 제출하라고 요구한 상태다.

◆이번 주 월 · 화요일이 '고비'

지난 17일과 19일 6곳의 영업정지로 '옥석 가리기'가 진행된 만큼 저축은행 업계의 전반적인 예금 인출 사태는 잦아들 것으로 금융당국은 보고 있다. 권혁세 부위원장은 자기자본비율 5% 이상으로 분류한 94개 저축은행에 대해서도 "급격한 예금 인출이 없는 한 상반기엔 영업정지는 추가로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금융당국과 저축은행 업계는 이번 주 초 예금 인출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예금자들의 불안심리가 당국의 기대만큼 진정될지 여부도 이틀간의 인출 동향에 달려 있다. 금융당국은 예금 인출이 건전한 저축은행으로 확산될 경우에는 6조원까지 확보할 수 있는 유동성을 긴급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