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국회 처리가 무산됐던 이슬람채권(수쿠크) 발행을 위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이번 임시국회에서도 또다시 물 건너갈 위기에 처했다. 정부는 중동의 오일머니 유치를 활성화하기 위해 개정안의 신속한 처리를 주장하고 있지만, 정치권 일각이 특혜 논리로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기독교계가 종교적인 잣대로 이 법안의 저지에 나서고 있는 상황은 답답하기 짝이 없다. 결론부터 말해 수쿠크 도입 문제는 정치나 종교적 관점이 아닌 경제논리로 풀어야 한다는 게 우리 생각이다.

수쿠크를 둘러싼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정부의 수쿠크 비과세 정책이 과연 특혜인가 여부이고,또 하나는 이슬람권의 직접적 영향을 받는 채권을 굳이 발행할 필요성이 있느냐는 것이다. 정부는 비과세하는 일반 외화표시 채권과의 형평을 위해 수쿠크에 대한 전면 비과세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자를 받을 수 없는 수쿠크의 특성상 배당소득세 취득 및 등록세 부가가치세 등 관련 세금을 모두 면제하지 않으면 외화표시 채권 이자만큼 이윤이 남지 않아 자금을 유치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반면 한나라당 이혜훈 의원은 수쿠크를 도입한 나라 중 전면 비과세를 택한 나라는 없다고 주장한다. 게다가 민주당 전병헌 정책위 의장은 정부가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주와 관련된 공사비 대출자금 확보를 위해 특혜를 주려 한다는 어이없는 논리까지 펴고 있다. 특히 기독교계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를 비롯한 교단 대표들이 지난 17일 한나라당 지도부를 방문,관련법 개정에 찬성하는 국회의원에 대해 낙선운동까지 벌이겠다는 식으로 위협했다. 상황이 이렇자 당초 이 법안에 찬성하던 의원들조차 입장 표명을 미루는 등 여야 할 것 없이 기독교계 눈치보기에 급급한 한심스런 모습이다.

하지만 수쿠크가 도입되면 이슬람 영향력이 확대될 것이라는 주장은 이미 중동계 자금이 다른 경로를 통해 국내에 상당히 들어와 있는 만큼 별로 설득력이 없다. 테러집단 등 과격단체로의 자금 유입설도 수쿠크를 통해 유치하는 자금이 배당 형식으로 나가는 자금보다 규모가 훨씬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리에 맞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수쿠크 도입이 우리 경제에 득이 되는지 여부이다. 중동은 우리의 주요 원유수입 지역이자 최대 플랜트 건설시장으로서 전략적인 면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오일머니 유치는 외자조달 창구 다변화뿐 아니라 대 중동 경상적자 축소에도 도움이 된다. 따라서 국회는 눈치만 볼 게 아니라 소신을 갖고 수쿠크 도입 법안을 서둘러 처리하는 것이 옳다. 다만 비과세 범위는 다른 외화채권과의 형평성을 감안, 전면 비과세가 타당한지 정밀하게 검토해 필요할 경우 일부 조정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