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프린스턴대 대니얼 카너먼 교수는 행동경제학 개척에 기여한 공로로 2002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다. 행동경제학의 기본전제는 인간이란 결코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의사 결정자가 아니며 행동 또한 오류 투성이라는 것이다.

《이모셔노믹스(Emotionomics · 감성경제학)》 또한 같은 전제에서 출발한다. 저자 댄 힐은 그 이유를 감정에서 찾는다. 감정이 감각정보를 처리하는 시간은 이성의 20%밖에 안걸리는 만큼 행동을 유발하는 건 감정이라는 것이다. 결정은 감정의 몫이요,이성은 그런 결정에 대한 설명과 합리화의 도구란 주장이다. 따라서 기업의 경우 애매하고 정량화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감정을 외면하는 건 성공을 포기하는 일이나 다름없다고 말한다.

'공급이 더 이상 수요를 창출하지 않고 품질의 차별화가 이뤄지기 힘든 시대에 남은 건 신뢰뿐이다. 신뢰는 이성보다 감정에서 비롯된다. 기업의 성공 및 발전의 열쇠인 고객과 직원의 충성도를 높이자면 무엇보다 강력한 감정적 유대관계를 형성하는 게 필요하다. 그러자면 감정의 역할과 중요성을 인정해야 한다. '

커뮤니케이션의 55%는 얼굴 표정,38%는 목소리 톤에 의해 이뤄지고 말의 몫은 7%에 불과하다는 연구 결과도 제시한다. 사람들의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가 하면 의견이나 평가를 위한 설문조사나 여론조사가 사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이유다. 그렇다면 비언어적 수단으로 표출되는 감정을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

그는 캘리포니아대학 폴 에크먼 교수가 창안해 낸 '얼굴 움직임 부호화 시스템(Facial Action Coding System · FACS)'을 이용한 페이셜 코딩으로 사람의 속마음을 알아낼 수 있다고 설명한다. FACS는 43개 안면근육 움직임을 관찰해 분류하는 것으로 페이셜 코딩은 여기서 얻어진 자료를 바탕으로 놀라움 두려움 분노 슬픔 혐오감 경멸감 행복 등 7가지 핵심 감정을 분석하는 방법이다.

이렇게 하면 무성의한 답변이나 무리를 따르려는 경향 탓에 틀리는 설문조사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설문조사에서 긍정적인 답을 했어도 페이셜 코딩에서의 긍정은 74% 정도고,중립일 땐 19%로 떨어지지만 부정적 답을 했을 때도 4%는 긍정이었다고 한다.

감정은 의사 결정 시간과 위험 감수 여부에도 영향을 미친다. 행복 분노 혐오감을 느끼면 빨리 결정하지만 놀라고 두렵고 슬플 땐 달라진다. 행복 분노 슬픔을 느낄 땐 리스크를 감수하지만 두려울 땐 피한다. '기업의 수익성은 고객의 감정을 어떻게 측정하고 변화시키느냐에 달렸다'고 강조한 저자는 끝으로 이렇게 덧붙인다.

"감성을 바탕으로 관계를 맺은 뒤 이성적인 지지를 제공하라.고객이 떠나는 건 상품보다 회사 탓,직원이 그만 두는 건 회사가 아니라 상사 때문이다. " 단순하되 강렬하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