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는 친구이자 가족의 일원이다. 감정을 느끼는 개성적인 존재다. 그러니 먹을 수 없다. " "돼지는 게으르고 멍청하며 더럽다. 식용 동물로 사육되는 가축일 뿐이다. "

개와 돼지에 관한 대다수 서양인들의 고정관념이다. 서구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돼지는 먹고,개는 먹지 않는다는 반응이 주류였다.

그렇지만 돼지는 실제로는 개보다 영리하다. 돼지가 진창에서 뒹구는 건 땀샘이 없어 더울 때 몸을 식히기 위해서다. 그런데도 "왜 돼지를 먹기 위해 키우느냐"는 질문에는 "몰라요. 한 번도 생각 안 해봤어요. 원래 그런 것 아닌가요"라고 답변한다.

이런 사고의 뿌리는 바로 '육식주의(carnism)'다. 육식은 당연한 것이며 자연스러운 행위로 받아들이는 신념체계다. 그것도 정밀한 검토를 쉽사리 허용치 않는 '지배적이고 폭력적인 이데올로기'다.

《우리는 왜 개는 사랑하고 돼지는 먹고 소는 신을까》는 고기를 왜 먹는지에 대해 다각도로 성찰함으로써 일상에서 육식을 줄이는 길을 모색한다. 동물과 세상에 대한 뚜렷한 철학을 바탕으로 한 '채식주의'와도 비교한다. 한국의 개고기 시장,동물들의 고통감각 능력,단백질 신화,축산업계의 비밀주의 등 동물과 사람에 얽힌 이야기도 곁들였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우리가 동물을 사랑한다"고 말할 때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