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전문가들은 이명박 정부의 노동정책에 대해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정부가 내걸었던 공약 중 법과 원칙의 공정한 적용,노사관계 법 · 제도의 선진화 등이 '우수'에 가까운 성적표를 받았다. 한국경제신문이 지난 7일부터 11일까지 노동 전문가 3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응답을 거부한 4명을 제외한 응답자 26명은 대부분 이번 정부 들어 노사관계가 안정됐다는 데 동의했다. 하지만 정부의 핵심 공약 사항이었던 비정규직 차별 해소와 노동시장 유연화 등에 대해서는 낙제점을 줬다.


◆노사관계 선진화

전문가들은 '노사관계법과 제도가 선진화됐다'는 데 평점 5점 만점에 3.8점을 줬다. 이번 정부의 노동정책 중 가장 높은 점수다. 노조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와 이 제도의 연착륙을 위한 타임오프제가 지난해 7월 시행 이후 노동현장에 안정적으로 자리잡았고 오는 7월부터 복수노조법이 시행에 들어가는 등 노조법 개정 후 13년간 미뤄졌던 과제들을 해결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정부의 주요 공약사항인 '법과 원칙의 합리적이고 공정한 적용'도 3.6점으로 합격 점수를 받았다.

이에 따라 '노동현장의 노사관계가 안정됐다'에 대해 응답자의 61.6%(16명)가 '그렇다' 혹은 '매우 그렇다'고 답했다. '보통이다'는 26.9%(7명),'그렇지 않다'와 '매우 그렇지 않다'는 응답은 11.5%(3명)에 불과했다.

노사관계가 안정된 요인으로는 절반인 13명이 '시대 흐름에 따른 노동운동의 변화'라고 답했다. 이어 '법치주의 확립'이 38.5%(10명)를 기록했다. '노조에 대한 사용자의 파트너십 확산'은 3.8%(1명)만 선택해 노사 간 협력적인 문화 조성은 과제로 남아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와 함께 지역 맞춤형 일자리 창출과 노사문화 선진화를 위한 목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노사민정협의체 구성'도 2.5점으로 보통 이하 점수를 받았다.

◆공공기관 단체협약 개선도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했던 '공공부문 단체협약 선진화'도 3.6점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노동 전문가들은 정부가 주도적으로 공공기관의 불합리한 단체협약을 대대적으로 손질한 것에 대해 77%(20명)가 '필요하다','매우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는 그동안 공공기관 노조의 인사 · 경영권 침해와 과도한 복지 혜택에 대한 문제점을 전문가들도 인식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이에 대한 부정적 응답은 11.5%(3명)에 불과했다.

이는 '철밥통'식 노사관행을 바로잡기 위해 정부가 법과 원칙을 내세워 공기업 노조를 대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과거엔 경영진이 정부를 의식해 가능한 잡음없이 노사 협상을 타결짓곤 했다.

공기업 평가 때 노사관계 배점이 15점에서 20점으로 높아진 것도 단협 변화를 이끈 요인이라는 설명이다.

이 같은 평가 기준은 공기업 경영진에 적극적으로 단협 독소 조항을 없애게 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공공기관 단체협약 중 '인사 · 경영권 침해 조항 삭제'(46.2%,12명)를 가장 높이 평가했다. 이와 함께 '과도한 근로조건 개선'(26.9%,7명)과 '이면합의 감소'(23.1%,6명)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비정규직 차별은 여전

노사관계 선진화와 함께 정부의 핵심 공약이었던 비정규직 차별 해소와 비정규직 사회안전망 확대는 노동 전문가들로부터 혹평을 받았다. 평가 점수가 모두 2.4점으로 낙제점이었다.

설문조사에서 전문가들은 이번 정부가 가장 잘한 노동정책으로 '타임오프,복수노조 도입'을 1위(42.3%,11명)로 꼽았고 2위는 '법과 원칙의 확립'(30.7%,8명),3위는 '공공기업의 불합리한 단협 개선'(26.9%,7명)이었다.

하지만 '노동시장 유연화'와 '비정규직 차별 해소'는 한 명도 선택하지 않았다. 또 비정규직 차별 해소가 잘 진행되고 있느냐는 질문에 61.6%(16명)가 '그렇지 않다','매우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보통이다'가 34.6%(9명)였고 긍정적인 답변은 3.8%(1명)뿐이었다. 특히 '이번 정부 들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격차가 해소되지 않았다'고 65.4%(17명)가 지적했다. '보통이다'가 34.6%(9명)였고 긍정적인 응답은 없었다.

노동시장 유연화에 대한 평가도 부정적이었다. 38.5%(10명)가 '유연성이 확보되지 않았다'고 답했고 38.5%(10명)는 '보통'이라고 말했다. '노동시장 유연화가 이뤄지지 않은 이유'로는 '노동계의 반대'(34.6%,9명)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정부의 정책의지 결여'(19.2%,5명)와 '사회 양극화에 따른 반국민정서'(15.4%,4명) 순이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