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의 정부와 기업들을 충격에 빠트린 줄리언 어산지.그 이름 앞엔 위키리크스(WikiLeaks)가 있다. '디지털 시대의 체 게바라'로 불리는 어산지.지금 그가 진두지휘하고 있는 '혁명'은 성공할 수 있을까. 또한 그가 바라는 비밀 없는 세상은 열릴 것인가.

그 해답을 가늠할 만한 책 두 권이 출간됐다. 위키리크스라는 대상은 같지만 접근 방법은 다르다. 한 권은 내부 고발자가 조직의 비밀을 폭로한 것이고,또 다른 책은 외부인의 시각에서 쓴 것이다.

먼저 《위키리크스,마침내 드러나는 위험한 진실》.이 책을 쓴 다니엘 돔샤이트-베르크는 위키리크스의 초창기 멤버이자 2인자였는데 어산지와의 불화로 지난해 가을 조직을 떠났다. 독자들의 관심은 물론 숨겨진 일화다. 저자는 비밀문서 입수,폭로 과정,제보자의 신변 보장 등을 실화와 함께 소개하는데 첩보영화 수준이다. 재정 상태와 조직의 네트워크 등 그동안 알 수 없었던 '비밀 폭로 기관'의 비밀을 엿보는 재미도 무시 못한다.

"어산지는 매우 박식하고 독특한 의견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점점 독재자로 변해갔다. 위키리크스에는 그를 통제할 장치가 없었다"고 저자는 마침내 고백하고 만다. 성폭행 혐의를 받고 있는 어산지의 여성 취향도 폭로한다.

폭로의 결정판은 조직의 운영 방식."우리의 운영 서버는 달랑 하나였고 운영자는 우리 둘뿐이었다"는 대목은 의아스러울 정도다. 초강대국 미국과도 맞선 조직이 정말 그렇게 허술한 걸까. 저자는 "우리는 자료를 기다릴 뿐이지 요구하거나 직접 해킹하지 않는다"고 했다.

또 다른 책 《위키리크스,권력에 속지 않을 권리》는 독일 주간지 슈피겔의 두 기자가 썼다. 이들은 "어산지는 결코 오만하거나 비열한 사람이 아니라 비범한 아이디어를 지닌 천재"라며 '정규 교육을 받지 않은 톰 소여(어산지)'가 어떻게 엄청난 권력과 맞설 수 있는 '권력'이 됐는지를 추적한다. 브래들리 매닝 같은 정보원들을 어떻게 만날 수 있었는지도 낱낱이 밝힌다.

튀니지의 '재스민 혁명'으로 촉발된 중동의 반정부 시위의 숨은 공로자가 위키리크스라는 건 다 아는 사실.지난해 무려 25만건의 미국 국무부 외교문서를 공개해 전 세계를 경악시켰지만 이는 빙산의 일각이라고 한다. 저자들은 위키리크스의 등장은 새로운 정치 주체의 출현을 뜻한다고 설명한다. 위키리크스 자체가 하나의 권력이 된 상황에서 어산지가 꿈꾸는 '권위 없는 권력'은 과연 실현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정보도 권력도 이젠 2.0세상이다.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민주화 시위는 지금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더구나 위키리크스 '최후의 심판'이 될 뇌관은 아직 건드리지도 않았다. 어산지가 추구하는 알 권리가 거대 세력들과 어떤 식으로 충돌할지가 관건인데,두 권의 책이 더욱 주목받는 이유다.

전장석 기자 sak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