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개혁 토론회에 와달라고 40명한테 전화했는데 57명이 모였어요. 이것만 봐도 당내에 얼마나 공천개혁에 대한 열망이 있는지 알 수 있잖아요. "

한나라당 공천개혁특위위원장인 나경원 최고위원(사진)은 16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당 지도부만 밑바닥의 위기의식을 못 읽고 있다"며 공천개혁안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 지도부를 강한 톤으로 비판했다.

나 최고위원은 지난해 7월 최고위원이 된 직후 특위를 맡아 최근 '공천심사위원회 해체,공천관리위원회 신설'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개혁안을 발표했다. 공심위는 당 후보를 낙점하는 '하향식 공천제'의 핵심 기구이고,공관위는 경선의 절차와 제도를 관리하는 '상향식 공천'기구다. 나 최고위원은 그러나 이 안을 최고위원회의에 보고조차 못하고 있다. 지도부의 '의도된' 무관심 때문이다. 지도부는 개혁안대로 하면 대선을 앞두고 판도가 크게 흔들릴 것을 우려한다. 상향식 공천이 돈 선거를 부채질할 거란 우려도 나온다. 나 최고위원은 이런저런 이유로 꺼져가는 공천개혁에 대한 논의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지난 14일 자신 주최로 초 · 재선 의원 중심의 토론회를 열었다.

나 최고위원은 "이번 행사뿐 아니라 전국을 돌며 토론회를 해보면 공천개혁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정말 절실하다"면서 "의원들이라면 모두 칼자루(공천권한)를 쥔 사람들을 찾아가 설득하고 좋게 보이려 했던,아니,좋게 말해 설득이지.알지 않느냐(웃음).그런 치욕스런 기억들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공천 때문에 정당이 국민들로부터 멀어지고 민심도 반영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한나라당이 다시 사랑받는 정당으로 태어나기 위해서는 국민의 눈높이로 선거후보를 뽑는 상향식 공천을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여러가지 방법이 있지만 국민들을 모시지 않고 보스에게 줄을 서는 의원,지역 평판이 안 좋은 의원들부터 물갈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개혁의 성공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즉답을 피한 채 "맡은 일이니까 결과물을 내고 마무리해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2월 말까지 토론회 내용을 개혁안에 담아 최고위원회의에 제출하면 공천개혁은 일단 내 손을 떠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개헌 여부에 대한 자신의 의견이 불명확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현 시점에서의 개헌에는 반대하지만,당이 개헌논의를 위해 개헌특위를 만든다면 최고위원회의 밑에 두는 게 맞다"고 입장을 정리했다.

'당 대표 선거 등 향후 가능성 있는 정치일정에 참여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당 지도부에 속한 몸으로서 내년 총선과 대선을 준비해 당의 역량을 강화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박수진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