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이상된 베테랑 38명 일방 통보 빈축

긴축 정책으로 국방 예산을 대폭 삭감당한 영국 군 당국이 38명의 군인에게 이메일로 해고를 일방적으로 통보해 빈축을 사고 있다.

특히 해고 통보를 받은 군인 중에는 최전선인 아프가니스탄에서 복무 중인 군인도 포함돼 있어 "해도 너무한다"는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일간지 더 선은 15일 군 당국이 38명의 베테랑 군인들에게 12개월 뒤면 계약이 종료된다는 통보를 이메일로 했다면서 이는 영웅들에 대한 배신행위라고 보도했다.

이메일 내용 중에는 "재취업을 위한 계획을 시작하라"는 조언도 담겨 있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해고 대상에는 20년 이상 복무하며 현재 아프가니스탄에 배치돼 있는 로열 탱크 연대 소속 베테랑 군인도 포함돼 있다.

전쟁터 5곳만을 돌아다니며 복무해온 또 다른 군인은 "느닷없는 통보를 받아 정나미가 떨어졌다"고 배신감을 피력했다.

해고를 통보받은 군인들은 모두 준위 계급 이상으로 20년 이상 장기복무자들이다.

통상 군인을 해고할 때에는 인사부에서 해당 부대장에게 해고 사실을 알리고 부대장이 면담을 통해 해당자에게 통보하는 절차를 밟는데 이번에는 인사부에서 직접 대상자에게 이메일을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사실이 보도되면서 문제가 커지자 군 대변인은 "이번 일로 상처를 입게 된 데 대해 사과한다"면서 "소속 부대장이 해당자들에게 모든 필요한 조언과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렸다"고 해명했다.

리엄 폭스 국방장관도 직접 "이번 일에 대해 분노한다. 이는 군인에 대한 예우가 아니다"라면서 경위 조사를 지시하며 군 달래기에 나섰다.

노동당의 짐 머피 예비내각 국방장관은 "냉정하고 인정머리 없는 행위"라고 맹비난한 뒤 정확한 경위를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영국 정부는 2014-2015 회계연도까지 신규 무기 도입사업을 줄이고 육해공군 1만7천명과 군무원 2만5천명을 감축하는 등 국방예산을 47억 파운드(8%) 삭감하는 강도 높은 긴축정책을 추진 중이다.

이미 해군사령관이 탑승하는 기함인 아크로열 항공모함과 항모에서 기동하는 해리어 전투기 80대가 퇴역했으며, 님로드 초계기 사업이 백지화된 데 이어 공군 조종사 양성학교에서 훈련 중인 예비 조종사 25%도 해고를 앞두고 있다.

(런던연합뉴스) 이성한 특파원 ofcours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