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폐암 인과관계 첫 인정…배상은 기각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담배소송 2심도 환자 패소
니코틴 함량 조작ㆍ정보 은폐 등 불법행위 입증땐 배상 길 열려
환자측 "대법원 즉각 상고"…KT&G "오해 사라질 것" 기대
니코틴 함량 조작ㆍ정보 은폐 등 불법행위 입증땐 배상 길 열려
환자측 "대법원 즉각 상고"…KT&G "오해 사라질 것" 기대
"흡연과 폐암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지만 담배회사의 불법행위를 입증하지 않는 한 배상책임을 물을 수 없다. "
서울고등법원 민사9부(부장판사 성기문)는 폐암 환자와 가족 등이 "흡연 때문에 암에 걸렸다"며 KT&G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15일 이같이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번 재판에서 사법 사상 처음으로 흡연과 폐암 간 인과관계가 인정됨에 따라 환자들은 관련성을 의학적으로 입증할 책임을 덜게 돼 향후 소송을 보다 쉽게 제기할 수 있게 됐다.
◆"니코틴 의존은 개인 선택"
재판부는 담배에 불법 첨가물을 넣고 경고문구를 제대로 표시하지 않는 등 KT&G가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는 원고 측 주장을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 법원은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KT&G가 고의적으로 첨가제를 투입했거나 니코틴 함량을 조작해 중독성을 심화시켰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담배 자체에 발암물질이 포함된 타르 및 니코틴이 들어 있다 해도 이는 한국에서 아직까지 법률적 · 사회적으로 허용된 것"이라며 "니코틴에 중독성이 있다 해도 흡연은 개인의 선택"이라고 판단했다. 이는 미국을 제외한 일본과 프랑스 등 대부분 국가 법원의 입장과 동일하다.
법원은 타르와 니코틴을 제거하거나 줄여야 했다는 원고 측 주장에 대해서도 "경제적 · 기술적 안정성 등을 고려할 때 KT&G는 합리적으로 제조했다고 볼 수 있다"고 판결했다. KT&G가 1976년 이전에 담배 포장지에 경고문구를 표기하지 않고 이후에도 제대로 표기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흡연의 위험성에 대한 사회적 수준 및 외국 사례 등에 비춰볼 때 표시상 결함으로 볼 수 없다"며 일축했다.
◆의학적 입증책임 덜었다
재판부는 그러나 일정 조건을 전제로 흡연과 폐암 발생 간의 인과관계를 인정했다. 인과관계를 일반 흡연자들이 입증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감안한 판단이다. 1심 판결에서는 흡연과 폐암 발생 간 인과관계조차 의학적으로 원고들이 입증해야 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인과관계 인정 범위를 몇 가지로 명시했다. △고령의 남성으로서 △젊은 나이에 흡연을 시작해 △30년 이상의 흡연기간 △평균 1일 1갑씩 20년 이상 담배를 피우고 △폐암 진단 시까지 흡연을 계속하고 △폐암 중 흡연과의 연관성이 높은 편평세포암이나 소세포암이 발병한 경우가 해당된다.
하지만 재판부는 "인과관계 외에 피고가 불법행위를 했어야 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밝혔다. 불법행위란 KT&G 측이 니코틴 함유량을 조작하거나 발암물질 등을 첨가하는 것을 말한다.
◆폐암 환자 측 "끝까지 가겠다"
원고 측은 즉각 대법원에 상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원고 측 배금자 변호사는 "KT&G의 방해 때문에 불법행위를 충분히 입증하지 못했다"며 "세계 업계 6위의 다국적기업 KT&G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는 자료를 제출했음에도 우리 법원에는 제출하지 않았다"고 불만을 표했다. 서홍관 한국금연운동협의회 회장은 "담배회사의 비윤리적인 행위를 용인한 판결"이라며 반발했다.
KT&G 관계자는 "소송이 시작된 지난 12년 동안 KT&G가 마치 '문제있는 제품을 만드는 회사'처럼 여겨졌는데 이번 판결로 오해가 사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법원의 인과관계 인정에 대해서는 "흡연자가 모두 폐암에 걸리는 것은 아닌데도 폐암에 걸렸다고 이를 무조건 담배 때문이라고 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유감을 표명했다.
이현일/오상헌 기자 hiuneal@hankyung.com
서울고등법원 민사9부(부장판사 성기문)는 폐암 환자와 가족 등이 "흡연 때문에 암에 걸렸다"며 KT&G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15일 이같이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번 재판에서 사법 사상 처음으로 흡연과 폐암 간 인과관계가 인정됨에 따라 환자들은 관련성을 의학적으로 입증할 책임을 덜게 돼 향후 소송을 보다 쉽게 제기할 수 있게 됐다.
◆"니코틴 의존은 개인 선택"
재판부는 담배에 불법 첨가물을 넣고 경고문구를 제대로 표시하지 않는 등 KT&G가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는 원고 측 주장을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 법원은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KT&G가 고의적으로 첨가제를 투입했거나 니코틴 함량을 조작해 중독성을 심화시켰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담배 자체에 발암물질이 포함된 타르 및 니코틴이 들어 있다 해도 이는 한국에서 아직까지 법률적 · 사회적으로 허용된 것"이라며 "니코틴에 중독성이 있다 해도 흡연은 개인의 선택"이라고 판단했다. 이는 미국을 제외한 일본과 프랑스 등 대부분 국가 법원의 입장과 동일하다.
법원은 타르와 니코틴을 제거하거나 줄여야 했다는 원고 측 주장에 대해서도 "경제적 · 기술적 안정성 등을 고려할 때 KT&G는 합리적으로 제조했다고 볼 수 있다"고 판결했다. KT&G가 1976년 이전에 담배 포장지에 경고문구를 표기하지 않고 이후에도 제대로 표기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흡연의 위험성에 대한 사회적 수준 및 외국 사례 등에 비춰볼 때 표시상 결함으로 볼 수 없다"며 일축했다.
◆의학적 입증책임 덜었다
재판부는 그러나 일정 조건을 전제로 흡연과 폐암 발생 간의 인과관계를 인정했다. 인과관계를 일반 흡연자들이 입증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감안한 판단이다. 1심 판결에서는 흡연과 폐암 발생 간 인과관계조차 의학적으로 원고들이 입증해야 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인과관계 인정 범위를 몇 가지로 명시했다. △고령의 남성으로서 △젊은 나이에 흡연을 시작해 △30년 이상의 흡연기간 △평균 1일 1갑씩 20년 이상 담배를 피우고 △폐암 진단 시까지 흡연을 계속하고 △폐암 중 흡연과의 연관성이 높은 편평세포암이나 소세포암이 발병한 경우가 해당된다.
하지만 재판부는 "인과관계 외에 피고가 불법행위를 했어야 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밝혔다. 불법행위란 KT&G 측이 니코틴 함유량을 조작하거나 발암물질 등을 첨가하는 것을 말한다.
◆폐암 환자 측 "끝까지 가겠다"
원고 측은 즉각 대법원에 상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원고 측 배금자 변호사는 "KT&G의 방해 때문에 불법행위를 충분히 입증하지 못했다"며 "세계 업계 6위의 다국적기업 KT&G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는 자료를 제출했음에도 우리 법원에는 제출하지 않았다"고 불만을 표했다. 서홍관 한국금연운동협의회 회장은 "담배회사의 비윤리적인 행위를 용인한 판결"이라며 반발했다.
KT&G 관계자는 "소송이 시작된 지난 12년 동안 KT&G가 마치 '문제있는 제품을 만드는 회사'처럼 여겨졌는데 이번 판결로 오해가 사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법원의 인과관계 인정에 대해서는 "흡연자가 모두 폐암에 걸리는 것은 아닌데도 폐암에 걸렸다고 이를 무조건 담배 때문이라고 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유감을 표명했다.
이현일/오상헌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