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에서 동해안을 따라 영남지역을 잇는 7번 국도가 14일 '눈 폭탄' 길로 돌변했다. 겨울에도 내린 눈이 금세 녹아 좀처럼 눈 구경하기 힘든 동남권이지만 이날만큼은 달랐다. 지난 11~12일 강원권을 강타한 폭설이 이날 동해안을 따라 남하하면서 부산 대구 포항 울산 창원 등에 몰려 있는 산업 · 물류기능을 고립상태에 빠뜨렸다. 부산 김해,울산 등 주요 공항에서도 항공기 결항이 잇달아 이용객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폭설에 선박건조 중단
현대중공업은 이날 오후부터 울산조선소 내 도크 간 블록 이동작업을 눈이 그칠 때까지 일시 중단시켰다. 부산지역에서도 컨테이너 항만을 중심으로 물류 차질이 빚어졌다. 부산신항 부두운영회사 관계자는 "다른 지역에서 들어와야 할 화물들이 눈 때문에 이날 30~50% 줄었다"며 "컨테이너 위 · 아래가 모두 얼어붙어 15일부터 선박 하역과 선적도 제대로 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걱정했다. 부산항 신선대 터미널 역시 이날 컨테이너 반입이 절반으로 줄었다.
부두 야적장도 내리는 눈 때문에 하역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눈이 컨테이너를 덮는 바람에 컨테이너 번호를 제대로 확인할 수 없어 트레일러 기사들까지 동원돼 일일이 번호를 확인하는 등 큰 불편을 겪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의 제품 출하량은 이날 오후부터 통상(3만5000t)의 3분의 1인 1만t 수준으로 줄었다. 새벽부터 대책반을 가동해 제설작업에 나서 제철소 내 제품 운반은 정상화됐지만 제철소 밖 도로 사정이 좋지 않아서다.
포항제철소 바로 옆에 있는 포항철강공단도 폭설로 차량 운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제품 출하량이 평소의 10% 수준에 머물렀다.
◆자동차 부품업체 초긴장
공장 근로자들도 눈 때문에 출퇴근에 곤욕을 치렀다. 500여개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모여 있는 경주 문산 외동공단에서 일하는 근무자들이 밤새 내린 눈 때문에 걸어서 회사까지 출근했다. 경주 외동공단 관계자는 "7번 국도가 울산과 경주공단을 연결하는 유일한 주도로인데 눈이 얼어붙어 큰 걱정"이라며 "부품을 제때 납품하지 못하면 현대자동차의 조업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 12.05㎝의 눈이 내렸던 지난 1월에도 평소 30~40분이면 도착하던 현대차 울산공장까지 5시간 이상 걸렸고,경주 용강공단에서 생산된 자동차 부품들이 10시간 이상 걸려 울산에 도착하는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경주 외동공단은 특히 행정구역상 경주 외동읍에 있지만 경주시내보다는 울산 북구에 가까워 경주시와 울산시가 적극적인 제설작업을 벌이지 않아 입주업체들이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근로자들도 폭설로 출퇴근에 큰 불편을 겪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은 이날 오후 9시부터 시작하는 야간조에 대해 아예 휴무조치를 내렸다. 이에 따라 5개 공장의 생산라인이 가동을 모두 멈추고 1만5000여명의 야간조 근무자는 회사에 출근하지 않았다. 또 현대차에 납품하는 울산 인근 자동차 부품 공급 업체들도 현대차의 조업 중단 요청에 따라 야간 근무를 일제히 중단했다. 포항제철소 인근의 포항 철강공단 입주업체들은 이날 퇴근시간을 오후 4시로 평소보다 2시간 앞당기기도 했다.
◆물류터미널 개점휴업
17년 만에 가장 많은 눈이 내린 대구는 물론 경북지역에도 폭설로 인한 물류피해가 잇달았다.
현대택배 등 택배업체 사무소와 70여개 화물 알선업소가 입주한 대구물류터미널은 이날 폭설로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빠졌다. 300대의 화물차량이 이날 아침부터 꼼짝하지 못한 채 주차장을 가득 메웠다. 이동희 대구물류터미널 과장은 "물동량이 평소의 10분의 1로 줄었다"고 설명했다. 대구 포항 울산 등에 있는 이마트는 이날 매출이 평소보다 30% 이상 줄었다. 대구 성서공단에서 자동차용 엔진블록을 생산하는 맥스로텍의 김인환 사장은 "창원에서 오기로 한 부품이 오후 늦게까지 도착하지 않아 생산에 차질을 빚었다"며 "당분간 생산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항공기 결항도 잇달아
동남권 폭설로 부산(김해) 대구 울산 등 주요 공항에서 뜨고 내리려던 항공기들도 무더기 결항됐다. 김해공항에는 이날 폭설로 가시거리가 400m에 불과해 저시정 특보까지 내려졌다. 울산과 포항공항에서 김포를 잇는 국내선 항공기 54편도 출발하지 못했다. 공항마다 항공기 이 · 착륙 여부를 묻는 이용객과 가족 · 친지들의 문의전화가 폭주해 공항 직원들이 업무를 제대로 보지 못하기도 했다.
제주도와 제주콘텐츠진흥원이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의 세계적 인기에 발맞춰 홍보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제주도는 넷플릭스 측과 사전 협의를 거쳐 제주도 '빛나는 제주TV' 유튜브, 제주관광공사 '비짓제주' 등 온라인 채널과 도내 전광판, 버스정류소 정보시스템 등 1200여개소에서 홍보영상을 송출하고 있다고 16일 밝혔다. 방영이 끝난 후에는 제주목관아, 성산일출봉, 김녕해변 등 촬영지를 중심으로 탐방코스를 만들거나 홍보간판을 설치해 관광객을 유치할 계획이다.폭싹 속았수다는 제주 출신 애순이와 관식이의 모험 가득한 일생을 사계절로 풀어낸 넷플릭스 시리즈다. 지난 7일 봄을 담은 1막 (1~4부)이 190여 개국에 동시 공개됐다. 제주 방언으로는 '매우 수고하셨습니다' 라는 뜻이다. 현지 발음은 제목과 달리 '폭싹 속아수다'에 가깝다. 2022년 말부터 1년 2개월 촬영한 폭싹 속았수다는 제주도의 ‘로케이션 유치·지원 사업’ 지원을 받았다. 제주 배경 작품을 유치하기 위해 영상물 제작비 인센티브와 촬영지 섭외 행정 지원을 해주는 사업이다. 드라마 ‘웰컴투 삼달리’, ‘아일랜드’, 영화 ‘슬픈열대’ 등도 관련 지원을 받았다.제주도가 드라마 촬영을 지원하고 홍보에도 나서는 이유는 직전 흥행 드라마인 ‘웰컴투 삼달리’를 통해 한류 콘텐츠 위력을 체감했기 때문이다. 웰컴투 삼달리가 넷플릭스·티빙 등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를 통해 전파되면서 제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나고 있다.제주관광공사는 웰컴투 삼달리의 인기를 토대로 일본 관광객 문화체험 콘텐츠를 소개하는 등 홍보활동을
10 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이 있다. 10년의 세월이 주는 위력을 가늠하게 하는 말이다. 데카(deca), 10년을 뜻하는 말과, 당스(dance), 춤을 뜻하는 말이 만나서, 1993년부터 2023년까지 10년간 안무가 오하드 나하린(Ohad Naharin, 1952~)의 예술적 자취가 하나의 작품으로 탄생했다. 10년의 위력을 담은 <데카당스>는 서울시발레단과 함께 이번 시즌의 문을 힘차게 여는 열쇠가 되었다. 컨템퍼러리발레를 지향하는 공공발레단의 정체성과 방향의 키가 이제 <가나가와 해변의 거대한 파도> 속 거칠고 날카로운 물살을 헤치고 제 항로에 접어들고 있다. <데카당스>는 그런 긍정의 신호를 보여준 공연이기도 했다. 춤으로 부르는 고향의 노래 "쉐바스하마임 우바아레츠!” <데카당스>는 오하드 나하린의 안무작 8편 중에서 하나씩 그 조각들을 모아서 또 하나의 레퍼토리로 만든 작품이다. 공연 전반부부터 강렬하다. 반원형의 형태로 배치한 의자에서 검정 재킷과 흰색 셔츠를 입은 무용수들이 역동적인 움직임을 선보이는 장면은 그의 시그니처나 다름없다. 이때 무용수들은 다같이 "쉐바스하마임 우바아레츠(Shebashamaim Uva'aretz)"라는 말을 반복적으로 쏟아내며 노래를 한다. 히브리어로 ‘하늘과 땅에’라는 뜻이다. 왜 이 말을 무대 위에서 외치는 것일까. 이 지점에서 오하드 나하린의 고향이 이스라엘이란 점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이 노래는 이스라엘인이 유월절에 부르는 노래 ‘에하드 미 요데아(Echad Mi Yodea, אחד מי יודע?)’의 한 부분이다. ‘에하드 미 요데아’는 ‘누가 하나(님)를 아는가?’라는 뜻을 갖고 있다. 오하드 나하린은 어릴 때부터
지난 14일 저녁,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공연 시작 전부터 뿌연 연기가 객석을 휘감고 있었다. 자리에 앉자 심장 박동과 같은 진동이 미세하게 느껴졌다. 암전되지 않은 극장 뒷편에서 한 남자 무용수가 걸어나왔다. 무언가에 홀리듯 두리번대던 그가 무대에 오르자 호페쉬 쉑터의 '꿈의 극장'이 비로소 시작됐다. ▶▶▶[관련 인터뷰] "무대와 객석 경계가 사라지는 경험해보세요"점점 빨라지는 비트와 큰 소리 때문에 뱃속이 소란스레 울렸다. 과장된 음향 효과로 기도와 식도까지 진동으로 떨리고 있다는 걸 인지한 건 처음이었다. 극장 측은 입장 직전, 음향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으니 귀마개를 나눠줬다. 그럼에도 연출가의 의도를 존중하기 위해 귀마개를 낀 사람은 거의 없었다.13명의 무용수들은 강렬한 조명 아래 춤을 추며 무의식의 세계를 불러 세웠다. 사람이 꿈을 꾼다는 '렘수면', 우리가 기억하지 못하는 수많은 기억의 편린을 이어붙인 듯한 구성이었다. 무용수들은 한데 모여 절도있게 흐느적거리다, 어떤 순간에는 폭발하는 에너지에 휩싸여 격렬한 몸짓을 분출했다. 우리의 눈꺼풀이 열리고 닫히듯, 무대의 중간과 뒷편에는 막들이 분주하게 열리고 닫혔다. 작은 막들은 무대를 적당한 크기로 자르고 관객의 시야를 제한하는 '프레임'으로도 쓰였다. 무대를 닫은 커다란 막의 가운데 하단. 엎드려 누운 한 남자가 이내 무대 안쪽으로 쑥 빨려들어가는 모습은 어느 영화속 한 장면이 연상됐다. 이 검정색 막은 강렬한 조명과 대치를 이뤄 '암전'을 의미하는 요소로 해석됐다.공연이 절반쯤 지날때 무대에는 빨강 수트를 입은 3인조 밴드가 등장해 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