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안에 줄기세포 치료가 대중화될 것입니다. "

라정찬 알앤엘바이오 대표(사진)는 창립 10주년을 맞은 14일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예방 맞춤의학의 시대에 줄기세포는 가장 적합한 대안치료제로 인정받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라 대표는 "새로운 치료제로서 인 · 허가 과정을 남겨두고 있지만 각국이 경쟁적으로 관련 제도를 손질하고 있어 줄기세포 상업화 시기는 코앞에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알앤엘바이오는 2001년 서울대 수의대 교수 2명이 비상근 멤버로 참여한 가운데 직원 3명의 바이오벤처회사로 출범했다. 10주년을 맞아 직원 수 500여명에 매출 600억원(지난해 추정)대의 중견기업으로 성장했으나 지난해 말 줄기세포 시술 문제로 논란에 휩싸였다. 알앤엘바이오가 배양해준 자가줄기세포를 해외에서 시술하고 있는 게 이 회사의 묵인 아래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때문에 관련업계는 줄기세포의 안전성 및 추출 · 배양기술력에 상관 없이 현행 제도를 앞서가고 있는 알앤엘바이오가 '제2의 황우석사태'의 불씨가 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라 대표의 거침 없는 공격경영을 보고 서울대 수의학과 10년 선배인 황우석 박사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그는 대학생 시절 임상봉사서클 '팔레스'에서 함께 활동했던 황 박사와 비교되는 걸 마뜩잖게 생각한다.

라 대표는 "알앤엘바이오는 줄기세포 치료제 상업화와 관련된 원천특허 18개를 확보하고 있고 관련 논문 20편을 유명 과학저널에 발표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불거진 문제는 줄기세포를 약으로 보느냐,시술행위로 보느냐의 관점에서 비롯됐을 뿐"이라며 "일부에서 제기한 안전성 문제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강조했다.

바이오의약품의 인 · 허가 등 관련 제도를 비켜가며 '줄타기'를 하고 있다는 주위 비판에 대해 라 대표는 "과학자가 아닌 사업가는 확신을 갖고 있다면 서두를 수밖에 없는 것이 본능"이라고 반박했다. 이런 그도 올초 사업전략을 대폭 수정하고 있다. 알앤엘바이오는 국내 환자 등의 해외 원정시술을 중단하는 차원에서 중국 일본 독일에 직접 줄기세포 배양센터를 신설해 운영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중국 상하이와 옌볜,일본에 배양센터를 설립했고 올초에는 독일 베를린에 있는 '파미셀유럽(Gmbh)'의 지분 전량을 인수했다.

기술유출 우려 때문에 검토조차 하지 않았던 기술 수출도 추진하고 있다. 라 대표는 "현재 미국을 비롯해 몇개 국가 의료기관과 수천만달러 수준의 계약금 및 선행기술료를 받는 조건으로 줄기세포치료센터 공동 설립을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알앤엘바이오는 올해 퇴행성 관절염,버거씨 병 등 임상 2상을 진행 중인 줄기세포치료제에 대해 3상 조건부 품목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또 지난해 시작한 줄기세포 화장품사업의 유통채널을 면세점 등으로 넓히고,올해 태반줄기세포 보관사업에 신규 진출할 계획이다.

한편 알앤엘바이오는 이날 서울대 호암교수회관에서 열린 창립 10주년 기념행사에서 난청,건선,류머티스 관절염 등 자가면역질환 환자의 치료 성공 사례를 발표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