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엔니오 모리코네 부자의 공동 작품으로 관심을 모은 세계 초연 뮤지컬 '미션'의 제작발표회장.한 기자가 지난해 6월 개막 2주를 앞두고 돌연 공연이 취소된 데 대해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했다. 프로듀서인 파브리치오 첼레스티니와 기획사 상상뮤지컬컴퍼니 측은 "6개월 동안 작품의 밀도를 높였으니 기대해도 좋다"며 자신있게 응대했다.

그러나 개막 뒤 1주일 내내 '작품성이 떨어진다'는 관객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기획사 측은 첫주 8회분 관객을 대상으로 리콜 서비스를 결정했다. 관객을 대상으로 리콜 서비스를 실시한 것은 국내 뮤지컬 사상 최초다.

신생기획사 상상뮤지컬컴퍼니가 120억원을 투입하고 이탈리아 제작진이 만든 '미션'은 설 연휴 첫날인 2일 개막하자마자 온갖 비난에 휩싸였다. 오케스트라 라이브 대신 녹음반주인데다 몇몇 장면에서 배우들이 립싱크를 했고 무대 장치도 허술했다. 엔니오 모리코네를 내세워 작품을 홍보했지만 원작 영화 주제곡인 '가브리엘 오보에' 등 6곡 외에 그가 이 뮤지컬을 위해 만든 곡은 하나도 없었다. 나머지는 그의 아들 안드레아 모리코네의 작품.관람료도 6만~20만원으로 다른 작품보다 20~30%나 비쌌다.

더 큰 문제는 그 후에 터졌다. 일부 관객이 티켓예매 사이트인 인터파크 게시판에 불만을 쏟아내자 지난 5일 기획사 측은 인터파크와 함께 공연후기 게시판을 폐쇄하는 꼼수를 썼다. 인터파크는 '종교적인 논쟁과 수십 건의 중복 게재로 잠정 폐쇄한다'고 공지했지만 실상은 제작사의 요청에 의한 것이었다. 초연작인 만큼 관객과 평단의 비평에 귀 기울여 들었어야 하는 데도 이들의 눈과 귀를 막아버린 것.

제작사가 "12일 오전 게시판을 다시 열겠다"고 했지만 이미 일방적인 게시판 폐쇄에 분노한 관객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트위터와 각종 포털 사이트엔 "게시판 다시 열면 두고보자"는 글들이 올라왔다.

상상뮤지컬 측은 11일 공연부터 합창단 15명을 긴급 투입하고 개막 첫주 관객 전원에게 재관람 기회를 준다고 밝혔다. 13일까지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리콜 신청을 받는다고 했지만 오는 26일 폐막을 앞둔 짧은 기간에 관객들의 지적을 모두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공연 내내 민망하고 불편했다는 관객들이 공연장을 또 찾을지도 미지수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