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의 금융투자인 대상 수상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이 쏟아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는 지난 7일 제1회 금융투자인상 대상을 박 회장에게 수여했다. 협회는 박 회장이 적립식 및 간접투자 문화 형성에 기여했고 적극적인 해외시장 진출, 펀드상품 수출 등의 공로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8일 증권업계 일각에선 한때 원금이 반토막났던 인사이트펀드와 펀드 수익률 하락기에 해외에 머문 박 회장의 행보 등을 거론하며 큰 상(大賞)의 수상 자격에 이의를 제기하는 분위기이다.

심지어 외환위기 직후 '바이코리아' 열풍을 이끈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에 빗대는 목소리도 있었다. 펀드 돌풍을 이끈 점과 이후 수익률 급락, 극단적으로 엇갈린 평가 등이 유사하다는 것.

한 투자자문사 관계자는 "적립식 펀드를 대중화하고 저축문화에서 벗어나 투자문화를 정착시키는데 앞장 선 일등공신이라는 점에는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면서도 "펀드문화를 정착시켰다고 박 회장에게 상을 수여한다면 바이코리아 열풍으로 간접투자 시장을 연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에게 먼저 상을 줘야하는 게 맞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바이코리아'를 이끈 이 전 회장이 개인들이 간접투자의 길로 들어서게끔 도왔지만 이후 수익률 관리에 실패, 고객에게 피해를 끼친 것과 '인사이트펀드'가 유사하다는 설명이다.

인사이트펀드는 '특정 지역과 자산에 한정하지 않고 적극적인 자산배분전략을 통해 수익을 추구한다'는 컨셉트를 내세워 설정 한 달만에 4조원의 투자자금이 유입되는 등 대흥행했다. 그러나 전체 자산의 대부분이 중국 주식에 투자돼 이후 중국 증시 급락과 함께 수익률이 한때 반토막나기도 했다.

당시 채 10년도 되지 않은 기간에 미래에셋을 손꼽히는 자산관리 브랜드로 키운 박현주 회장의 혜안을 믿고 투자했던 투자자들이 배신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던 것. 이에 대해선 박 회장도 "서브프라임 당시 (중국 주식을) 조금 빨리 샀다"며 "40% 떨어졌을 때 집중투자했는데 거기서 60% 더 떨어졌다"며 시상식에서 과오를 인정했다. 제로인에 따르면 2007년10월 말 출범한 '미래에셋인사이트 증권자투자신탁1호(주식혼합)종류A'는 지난 7일 현재 -12.91%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한 자산운용사 운용본부장은 "펀드투자 고객이 손실을 입을 당시 박 회장은 해외에 머물러 도피성(?)이라는 오해도 샀다"며 "이런 상황에서 박 회장의 금융투자인상 대상 수상이 과연 적절한 것이었는지 모르겠다"고 대상을 선정한 금융투자협회를 꼬집었다.

그러나 이같은 지적에도 불구하고 "박 회장의 공로를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한 증권사 사장은 "박 회장이 한국 증권시장의 신화를 쓴 인물"이라며 "공(功)과 과(過)를 감안하더라도 적립식펀드 문화 정착 등 자본시장 발전에 기여한 부분은 충분히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투자자문업계에선 박 회장의 자문형 랩어카운트 수수료 인하 발언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과거 HTS(홈트레이딩시스템) 수수료 인하 경쟁이 심화된 적이 있었던 만큼 이번 사안도 좌시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 자문사 관계자는 "자문형 랩어카운트 수수료가 너무 비싸다는 발언은 경쟁사 견제에 나선 것"이라며 "랩어카운트 수수료 인하를 유도하겠다는 발언으로 이후 시장 과열이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