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미시간주에서 마사지 면허를 따려면 500시간 교육을 받아야 한다. 루이지애나주에선 꽃이름과 보색 공부를 별도로 해야 화초재배자 면허를 딸 수 있다.

미국은 '면허 공화국'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면허를 따야 일할 수 있는 분야가 늘고 있다. 7일 월스트리트저널이 규제단체연합회 통계를 인용해 보도한 데 따르면 2008년 미국 일자리 중 23%가 주정부가 교부한 면허가 있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950년대 5%에 머물던 이 비중은 계속 증가해왔다.

모리스 클라이너 미네소타대 노동학과 교수는 "1980년대 중반만 해도 800여개의 직종이 적어도 한 주에서 면허를 받아야 했지만 현재는 1100가지 업종으로 면허 교부 대상이 확대됐다"고 말했다. 면허 교부 대상이 늘어나면서 일부 주에서는 화초재배자,실내장식 디자이너,사설 탐정,컨베이어 벨트 운영자,냉동식품 소매업자들도 면허를 딴 뒤 일하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오클라호마주에서는 자물쇠 장수가 되려면 전과가 없어야 하고 50문항짜리 시험을 통과한 뒤 1년에 350달러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 고양이 미용사들도 조직을 구성해 오하이오주 등에 면허법을 통과시키도록 로비를 할 예정이다. 텍사스에서는 미용실 샴푸 스페셜리스트는 목 구조학을 따로 공부해야 한다.

면허 도입 배경은 복합적이다. 고객에게 안전하고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취지도 있지만 기존 종사자들이 진입 장벽을 높이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 상당수 주에서는 면허를 처음 도입할 때 기존 사업자에게는 그냥 면허를 내준다.

면허 교부는 결국 고객의 비용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좀 더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전미경제조사국 조사에 따르면 면허가 있는 주의 해당 업종 종사자들이 면허가 필요 없는 주의 종사자보다 15%가량 소득을 더 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에서 연간 1160억달러의 서비스 비용 증가 요인으로 작용한다. 또 면허 도입을 통한 규제가 일자리 창출을 가로막는다는 불만의 소리도 커진다. 면허 교부가 이뤄지는 업종은 주로 서비스업으로 전체 일자리의 75%가량을 차지한다.

이에 따라 일부 의원들은 주정부가 새로운 면허 관련 법규를 도입하려면 반드시 비용 대비 유용성을 엄밀히 따지도록 법으로 규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