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삼청동길 초입에 있는 갤러리 현대.'동심의 화가' 장욱진 화백의 20주기 기념전을 찾은 관람객들이 전시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삼청동과 팔판동 화동 송현동 가회동으로 이어지는 북촌 일대도 가족 단위 관람객들로 북적인다. '대한민국 미술문화 1번지'로 불리는 인사동을 방불케 한다.

경복궁 옆 북촌뿐만 아니라 청와대 앞 서촌과 광화문 일대,대학로,용산 · 한남동,강남구 신사동,삼성동 · 역삼동,서초동 일대에 새로운 '미술 벨트'가 형성되고 있다. 인사동과 청담동을 양대 축으로 한 미술 동네가 주변 상권으로 뻗어나가며 서울 도심의 '아트맵'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북촌 지역에는 삼청동 사간동 가회동 팔판동 길목을 따라 화랑 미술관 등 전시 공간 66곳이 터를 잡았고,인근 광화문 일대에는 37곳이 들어섰다. 또 서울 강남구 신사동(25곳),용산 지역(12곳),평창동(21곳),홍익대 부근(12곳),삼성동 · 역삼동 지역(23곳),대학로(10곳),서초동(15곳)에도 전시공간이 속속 자리를 잡았다. 미술시장의 침체에도 불구하고 작년 한 해 동안 서울 지역에만 전시공간 73곳이 문을 열었다.

김달진 한국미술정보센터 소장은 "도심 곳곳에 새로운 미술 동네가 형성되는 것은 무엇보다도 미술시장의 회복 기대감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미술시장 최대 메카는 역시 북촌

가장 급변하는 곳이 북촌 일대다. 대부분 노후주택이 밀집했던 지역으로 그동안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2009년부터 옛 국군기무사령부 터에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신축이 진행되면서 상황이 바뀌고 있다.

현재 이 지역에는 민속박물관,고궁박물관,금호미술관,아트선재센터,갤러리 현대,국제갤러리,학고재화랑,이화익갤러리 등 전시공간과 아트숍,각종 미술문화 시설 200여곳이 모여 있다. 미술품경매회사 크리스티가 2006년 팔판동에 한국사무소를 낸데 이어 대구 송아당갤러리의 서울점,에프앤아트갤러리,아카갤러리,공근혜갤러리,갤러리상,공간화랑,갤러리아이캠,리씨갤러리,몽인아트센터,스페이스모빈,아프리카미술관 등 화랑과 미술관 20여곳이 1~2년 사이에 들어섰다.

내년 말 국립현대술관 서울관이 준공되면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종묘 광화문 비원 등 문화 유산과 크고 작은 아트숍 · 디자인숍,가회동과 안국동의 전통 한옥마을을 포함해 대규모 복합 '미술벨트'가 형성될 전망이다.

◆광화문 일대와 한남동의 급부상

광화문 일대와 용산에도 전시공간이 급증하고 있다.

청와대 앞 통의동 창성동 등 서촌과 광화문 일대에는 1977년 개업한 진화랑을 중심으로 화랑과 대안 공간 성격의 전시관이 계속 들어서고 있다.

지난해에는 아트싸이드,팔레드서울,한뼘미술관,갤러리 이우 등 화랑 4곳이 문을 열었다. 또 OCI(옛 동양제철화학) 산하 송암문화재단이 수송동에 OCI미술관을,태광그룹이 흥국생명 빌딩에 일주&선화갤러리를,한진그룹이 서소문 대한항공 사옥에 일우스페이스를 각각 개관했다. 대구의 리안갤러리도 이곳에 강북점 개관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남동을 중심으로 한 용산 일대에는 2004년 삼성미술관 리움이 자리를 잡은 후 2007년 표화랑이 강남구 신사동에서 이태원동으로 이전했고,작년에는 비컨갤러리,류화랑,스페이스꿀,갤러리식스,테이크아웃드로잉 한남점 등 5곳이 둥지를 틀었다. 한남동 이태원동 일대는 인사동이나 청담동보다 임대료가 저렴한데다 부유층이 많은 이점 때문에 화랑,갤러리 카페,대안 공간 등 다양한 성격의 전시공간이 늘어난다는 게 미술계의 설명이다.

◆기업 전시공간 모여드는 삼성동

한동안 청담동에 가려 미술시장에서 '서자' 취급을 받던 삼성동 역삼동 일대도 최근 급부상하고 있다. 코엑스를 비롯해 인터컨티넨탈호텔,아셈타운,한국종합무역센터 빌딩 등 예술작품 같은 건축물 인근에 전시공간들이 들어섰다. 인터컨티넨탈호텔 지하 상가에는 갤러리포커스,갤러리 미소 등 화랑 5곳이 성업 중이다. 코엑스 인근에는 조선화랑,인터알리아,갤러리 두인 등 화랑,미술관,기업 전시공간 25곳이 포진하고 있다.

기업과 문화재단들도 미술 메세나와 아트마케팅 차원에서 잇달아 전시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포스코는 포스코미술관,금호건설은 크링,송은문화재단은 송은아트큐브,대우증권은 역삼역갤러리,KTB투자증권은 강남센터갤러리와 선능역지점갤러리,이브자리는 이브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다.

이 밖에 실험미술의 무대로 부상한 홍익대와 대학로,서초동 일대에도 화랑과 미술관이 들어서며 새로운 미술 동네를 형성하고 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