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드베데프 러' 대통령, 안보회의서 강조

러시아 정부 고위 인사들의 잇단 쿠릴열도(일본명 '북방영토') 방문은 일본과 영토 분쟁을 빚고 있는 열도의 영유권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이 지역의 개발 필요성과 연관된 것이라고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4일(현지시각) 밝혔다.

BBC 방송 러시아어 인터넷판 등에 따르면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이날 안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쿠릴열도는 다른 러시아 영토와 마찬가지로 충분히 명확한 시나리오에 따라 발전되어야 할 러시아의 영토"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은 "우리는 일본과의 평화조약 체결 문제를 포함해 러-일 양자 간의 모든 문제에 대한 논의를 계속할 것"이라며 "이는 상호협력 정신에 따라 양국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말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쿠릴열도 방문에 이어 러시아 정부 고위 인사들이 열도를 연이어 방문하고 있는 데 대해 일본이 계속 유감의 뜻을 밝히자 쿠릴열도가 러시아 영토임을 재확인하면서 동시에 일본과의 협력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앞서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일본 외상은 아나톨리 세르듀코프 러시아 국방장관이 4일 쿠릴열도를 방문한 데 대해 미하일 벨리이 일본 주재 러시아 대사를 불러 "깊은 유감"의 뜻을 표시했다.

세르듀코프 국방장관은 이날 극동 하바롭스크에 있는 동부 군관구를 방문하고 곧이어 쿠릴열도의 이투룹과 쿠나시르, 시코탄 섬에 주둔한 군부대를 시찰했다.

세르듀코프 장관의 쿠릴 방문은 앞서 빅토르 바사르긴 러시아 지역개발부 장관이 지난달 31일부터 3일 일정으로 극동 사할린과 쿠릴열도의 쿠나시르, 이투룹 섬 등을 방문한 데 뒤이은 것이었다.

바사르긴 장관의 쿠릴 방문 이후에도 일본 외무성은 곧바로 항의의 뜻을 표시했었다.

일본 홋카이도(北海道) 북서쪽의 이투룹(일본명 에토로후), 쿠나시르(일본명 구나시리), 시코탄, 하보마이 등 4개 섬을 일컫는 쿠릴열도는 2차대전 종전 이후 전승국인 러시아가 실효지배하고 있으나 일본은 역사적으로 자국 영토였다며 줄기차게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

러시아 고위 인사들의 쿠릴 방문은 지난해 11월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러시아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쿠나시르 섬을 방문한 뒤 줄을 잇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고위 관료들의 쿠릴 방문이 2007부터 8년 계획으로 추진되고 있는 쿠릴열도 사회경제발전 프로그램 추진 현황을 살피고 현지의 사회.경제.군사 현황을 점검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cjyo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