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수회담 놓고 손학규·박지원 '동상이몽'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朴, 김무성 원내대표와 합의
孫 "MB 유감표명이 먼저"…청와대 "사과할 일 없다"
14일 임시국회 열기로 했지만 정상화 여부는 불투명
孫 "MB 유감표명이 먼저"…청와대 "사과할 일 없다"
14일 임시국회 열기로 했지만 정상화 여부는 불투명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한 2월 국회 정상화와 영수회담 추진이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반대로 급제동이 걸렸다.
김무성 한나라당,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6일 회동을 갖고 2월 임시국회를 오는 14일 열기로 하는 한편 이명박 대통령과 손 대표의 영수회담을 조속히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양당 원내대표 기자회견 직후 손 대표는 "이 대통령의 예산안 날치기에 대한 유감 표명이 없는 한 2월 임시국회 정상화와 영수회담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국회 정상화와 영수회담을 놓고 손 대표와 박 원내대표 간 극명한 인식차를 드러낸 것이다.
박 원내대표는 14일 임시국회 개회 전까지 영수회담을 갖고 그 자리에서 이 대통령이 손 대표에게 예산안 처리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모양새를 통해 국회를 정상화하겠다는 계산이다. 강경한 입장인 손 대표에게 영수회담을 교착 정국의 출구로 제시하고 국회를 정상화하겠다는 것이다. 반면 손 대표는 국회 정상화에 대한 전제조건으로 이 대통령의 유감 표명을 내세웠다. 유감 표명이 없을 경우 14일 국회 등원은 물론 영수회담에도 응할 수 없다는 얘기다. 100일 장외투쟁의 명분이었던 대통령 사과 없이 등원하는 건 모양새가 좋지 않고 영수회담에서 별로 얻을 것도 없다는 계산인 것 같다.
손 대표 측은 "국회의장의 사과를 받겠다고 제1야당 대표가 한겨울에 광장에서 천막치고 농성했겠느냐.이 대통령이 예산안 날치기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면 구제역 국정조사 등 현안들은 오히려 쉽게 풀어갈 수 있다"며 선(先) 유감 표명 입장을 고수했다. 박희태 국회의장은 7일 국회 정상화와 관련,예산안 처리 과정에 대한 사과를 담은 의장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차영 민주당 대변인은 원내대표 합의 발표 직후 "청와대가 영수회담을 두고 이중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강력 비판했다. 차 대변인은 "정진석 청와대 정무수석이 양승조 대표 비서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영수회담을 급하게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얘기한 상황에서 원내대표들이 영수회담을 추진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지적했다.
실제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청와대 내부에서는 영수회담 개최에 대해 '서두를 게 없다"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여야 원내대표 기자회견 이후에는 "여당이 추진하겠다는 데 마다할 이유는 없지 않느냐"며 소극적 수용 입장으로 선회하는 모양새였다.
청와대는 예산안 처리 과정에 대한 유감 표명에 난색을 보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예산안을 법정 기한 내에 처리한 것은 정당한 절차인데 이에 대해 사과하라고 하면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사실상 손 대표의 요구를 일축한 셈이다. 청와대나 손 대표의 인식 전환이 없는 한 영수회담 자체가 불투명해 보인다. 경우에 따라서는 2월 국회 정상화가 물건너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손 대표는 이와 관련,이날 오후 10시 긴급 최고위원회를 소집해 여야 원내대표 합의안에 대해 지도부의 의견을 묻는 방식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 자리에서 정세균 최고위원 등 지도부는 "영수회담이 중요한 게 아니라 예산안 날치기에 대해 이 대통령이 최소한의 유감 표명 의사조차 없는데 임시국회에 응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손 대표의 입장에 힘을 실어 준 것으로 전해졌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