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저고리에 붉은색 치마를 걸친 여인의 자태가 우아하다. 섬세한 필선과 맑고 화려한 채색이 한국화의 전형을 보여준다.

관람객들이 눈을 떼지 못하는 작품은 '미인도'.장운상 화백(1926~1982)이 해석하는 미인은 단순한 성적 에너지뿐만 아니라 여성의 몸에서 배어나는 향기와 여운까지 담아내는 미학적 대상이다.

코리아나미술관이 7일부터 내달 26일까지 펼치는 새해 특별기획전 '자인(姿人)-근 · 현대 미인도'는 여성의 아름다움을 다양한 의미로 해석하는 작가 24명의 작품 55점을 소개한다.

참여 작가는 한국화가 김은호 화백을 비롯해 김기창 김흥종 장우성 장운상 연세희 이혜림 배준성 화백 등이다.

여성의 아름다움이나 성적인 정체성을 보여주는 시각은 제각각이다. 눈길 끄는 작가는 코리아나미술관이 10여년 전부터 수집해온 프랑스 여성 마리 로랑생(1883~1956)이다. 피카소와 브라크 등 당대 최고의 남성 화가들과 교류했고 시인 아폴리네르의 연인으로 유명했던 로랑생.그는 사생아로 태어나 불우한 어린시절을 보냈고 이혼과 망명 등을 거쳐 후반에는 동성애자로 살았다. 한결같이 여성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킨 그의 그림은 복잡했던 개인사와 달리 단순한 형태와 파스텔톤으로 그려졌다. 이번에 소개되는 작품은 유화,드로잉 등 12점이다.

천경자 화백은 화려한 색채와 현대적 구성미로 우리 채색화를 새롭게 창조한 화가다. 그의 미인도 작품은 이국적인 이미지와 원색으로 신비로움을 더해준다. 모자를 소재로 한 박영선 화백의 작품은 여러 겹의 복선을 깔고 있다. 그는 모성애를 현대 여성의 아름다움으로 규정하고 젖을 먹이는 어머니의 자태를 곱게 묘사했다.

김은호 김기창 장우성 화백은 전통적인 미인상을 섬세하고 깔끔한 선으로 그려냈고,이남호 김흥종 연세희 화백은 고전적인 여인의 아름다움을 은은한 색감으로 표현했다.

배준성과 고낙범 화백은 갸름한 얼굴에 세련미가 돋보이는 현대적 이미지를 회화 작업으로 그려냈다.

뒤셀도르프 쿤스트 아카데미에서 토머스 루프를 사사한 사진 작가 윤리씨는 주변 여성의 얼굴과 특징적인 사물을 나란히 찍은 사진 작업 '프라이빗 월드' 시리즈를 선보인다.

코리아나미술관의 배명지 큐레이터는 "미인도는 동 · 서양 미술사에서 여인에 대한 이미지와 텍스트를 흔히 다루기에 친숙하게 느껴지지만 막상 주변에서 쉽게 찾아보기는 어렵다"며 "우리 사회나 언어가 여성의 아름다움을 어떻게 만들어내는 것인지를 되돌아보게 하는 전시"라고 설명했다. (02)547-9177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