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은퇴를 시작한 베이비부머들이 생각하는 노후 생활상은 그다지 밝지 못하다. 전국 대도시에 거주하는 2000가구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해봤더니 우리 국민들은 은퇴 후 노후자금으로 월 213만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지만,현재 준비한 노후 자금은 137만원에 불과했다. 또 매월 안정적으로 연금을 받을 수 있는 개인연금에 가입한 가구는 22.3%에 그쳤다.

현재 중장년층들은 노후생활 스타일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다. 우리나라에서 은퇴란 대부분 부정적인 이미지로 통하지만 외국에서는 일생 동안 꿈꾸면서 기다리는 멋진 시간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보다 고령화가 앞선 미국 일본에서는 은퇴 후 생활 스타일에 대한 연구가 많이 이뤄져 있다. 이 중에서 몇 년 전 미국의 노후 전문가가 조사한 4가지 은퇴생활 스타일은 생각할 여지를 준다.

이 연구에 따르면 미국인이 시골이나 휴양지에서 은퇴생활을 즐기던 문화가 크게 변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은퇴생활 스타일을 나이를 잊은 탐험가형,평안하게 즐기는 전통적인 은퇴생활형,매일 안절부절하면서 살아가는 근심형,질병으로 시달리는 환자형 등 4가지로 구분해 실태조사를 했다.

첫 번째 탐험가형은 기업가형이라고도 하는데 전체 은퇴자의 27%를 차지한다. 은퇴생활을 제2의 황금기로 생각하면서 창업 사회활동 자원봉사를 마다하지 않는다. 순자산 규모는 평균 5억원 정도이며 매년 연금으로 7000만원을 확보하고 있다고 한다.

두 번째 전통적인 은퇴생활형은 휴양지에서 생활하며 여행과 취미생활을 즐기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전체의 19%를 차지하며 사회활동이나 자기계발에는 관심이 없는 계층이다.

세 번째 근심형은 은퇴자의 22%를 차지하는데 비교적 적은 재산이나 연금소득으로 현재 생활에 초점을 두고 그다지 보람을 느끼지 못한 채 살아가는 유형이다. 하지만 연금제도가 잘 발달돼 있기 때문에 이들의 연금소득은 연간 4000만원,순자산 규모는 2억5000만원 정도다.

네 번째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형은 전체의 32%에 달한다. 가장 자산 규모가 적고 미래에 대한 흥미나 생활 만족도가 낮은 유형이다.

우리나라의 은퇴자들을 이런 4가지로 분류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궁금해진다. 탐험가형이 가장 많고 나머지 3가지 유형이 가능하면 적은 비중을 차지하면 매우 바람직한 사회가 될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사회 분위기로는 근심형이 과반수를 차지할까 봐 염려스럽다.

행복학에서는 행복해지려면 행복할 수 있는 일이나 방법에 대한 지식을 많이 가져야 한다고 한다. 따라서 행복한 노후를 위해서도 은퇴 후 생활에 대한 지식을 많이 쌓아야 하며 가능하면 오랫동안 서서히 준비해서 높은 애착을 가져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은퇴를 구체적으로 설계하고 좀 더 많은 지식을 쌓아가자.그러면 멋있는 탐험가형 은퇴자들이 많이 탄생할 수 있을 것이다.





/삼성생명 은퇴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