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아랍권 최대 동맹국인 이집트의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스라엘에서는 무바라크가 축출당할 경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책임져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들린다.

1일 걸프타임스에 따르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회담을 가진 뒤 "우리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이집트 사태가 결국 이란처럼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이집트 반정부 시위가 격화하자 이슬람 세력인 '무슬림형제단'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 단체는 이집트 군부와 대화를 갖기 위해 시위대의 지도자로 부상한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과 함께 정치위원회를 구성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시위 발생 이후 한번도 전면에 나서지 않은 무슬림형제단의 이 같은 움직임에 이스라엘은 바짝 긴장했다.

급기야 이스라엘 내 여론은 미국에 화살을 돌리기 시작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무바라크가 축출되면 적대국으로 둘러싸인 이스라엘은 몇 안되는 친구 중 하나를 잃게 된다"면서 "그렇게 되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상당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엉클샘(미국)이 이스라엘의 등 뒤에서 쏜 총알"이라며 "오바마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순진한 외교를 한다"는 비난도 나왔다.

한 이스라엘 관리는 "문제는 오바마 대통령을 믿을 수 있느냐,없느냐인데 지금으로선 믿을 수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동맹인) 아시아,아프리카,남미의 지도자들이 워싱턴과 카이로 사이에 진행되는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정부가 이집트 사태에 대해 명쾌한 입장을 밝히기보다 신중을 기하는 것은 이런 배경 때문이다.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도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집트 국민들이 결정할 일"이라고 비켜갔다. 이슬람형제단의 부상에 부담스러워하는 시각에는 "이집트가 세계적으로 안정적이고 신뢰할 만한 파트너가 되도록 전환돼야 한다"며 간접적인 우려를 표시하는 데 그쳤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