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곱게 늙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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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가장 인기 있는 졸업 선물은 '성형수술'이라고 한다. 이 말이 우스갯소리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지난 연말에는 수험생 특수를 노리는 성형 마케팅이 치열했다. 수험생을 대상으로 한 수술료를 깎아주는 것은 기본이고 친구와 함께 오면 더 큰 할인 혜택을 주는 원 플러스 원(1+1) 마케팅,수험생 고객의 어머니에게 무료 피부미백 시술을 주는 덤 마케팅까지 펼치는 진풍경을 볼 수 있었다.
미용 산업은 소비자가 스스로에 대해 만족하지 못할수록 돈을 버는 대표적인 산업이다. 성형 산업은 그중에서도 가장 극단적인 형태를 보여준다. 수술 전후 사진을 통해 평범한 당신이 얼마나 아름다워질 수 있는지,수술에 성공한 사례를 통해 외모의 변화가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 광고한다. 성형이 삶을 바꿀 수 있다는 왜곡된 믿음의 뿌리는 우리 사회에 팽배한 외모 지상주의에 닿아 있다.
외모 지상주의를 탈피하려는 많은 시도가 있었지만 지금까지 별 효과를 보지 못했다. 외모 지상주의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려는 관련 산업과 미디어가 원인이기도 하지만 가장 큰 실패 이유는 소비자가 외적 아름다움에 지나치게 집착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안티에이징(anti-aging)'의 대체어로 등장한 '웰에이징(well-aging)'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안티에이징이 '노화는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라는 인식에서 출발해 노화를 극복해야 할 장애로 여기는 반면 웰에이징은 노화를 긍정적인 생명 현상으로 받아들인다. 즉 웰에이징이란 나이에 맞는 자연스러운 아름다움과 건강을 지키려는 지혜로움을 갖추려는 노력이라 할 수 있다.
외모를 중요하게 생각하긴 하지만 웰에이징은 인위적인 조작을 하지 않는다는 점과 외모만을 최우선 가치로 두지 않는다는 점에서 안티에이징과 대척점에 있다. 안티에이징이 외모 지상주의의 최대 히트 상품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웰에이징은 가치 기준이 서서히 변화하는 사회 현상으로 봐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이런 변화는 기업이 먼저 느끼는 모양이다. 모 생활용품 업체는 96세 할머니를 광고 모델로 내세워 "나이든 것이 아름다움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사회가 받아들일까요?"라는 도발적인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지나치게 편향된 미(美)의 판단 기준을 바로잡자는 주제의 이 광고들은 소비자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웰에이징을 우리말로 바꾸면 '곱게 늙기' 정도가 되겠지만 이것이 추구하는 가치는 나이를 떠나 우리 삶의 전반을 관통한다. 이런 점에서 웰에이징은 노년층만이 아닌 사회 전반을 아우르는 새로운 소비 트렌드라고 할 수 있다.
외모 지상주의를 이용하거나 부추겨서 이익을 취하던 기업에는 그리 달갑지 않은 변화겠지만 소비자를 진정으로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상품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기업에는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다.
김영신 < 한국소비자원장 ys_kim@kca.go.kr >
미용 산업은 소비자가 스스로에 대해 만족하지 못할수록 돈을 버는 대표적인 산업이다. 성형 산업은 그중에서도 가장 극단적인 형태를 보여준다. 수술 전후 사진을 통해 평범한 당신이 얼마나 아름다워질 수 있는지,수술에 성공한 사례를 통해 외모의 변화가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 광고한다. 성형이 삶을 바꿀 수 있다는 왜곡된 믿음의 뿌리는 우리 사회에 팽배한 외모 지상주의에 닿아 있다.
외모 지상주의를 탈피하려는 많은 시도가 있었지만 지금까지 별 효과를 보지 못했다. 외모 지상주의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려는 관련 산업과 미디어가 원인이기도 하지만 가장 큰 실패 이유는 소비자가 외적 아름다움에 지나치게 집착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안티에이징(anti-aging)'의 대체어로 등장한 '웰에이징(well-aging)'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안티에이징이 '노화는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라는 인식에서 출발해 노화를 극복해야 할 장애로 여기는 반면 웰에이징은 노화를 긍정적인 생명 현상으로 받아들인다. 즉 웰에이징이란 나이에 맞는 자연스러운 아름다움과 건강을 지키려는 지혜로움을 갖추려는 노력이라 할 수 있다.
외모를 중요하게 생각하긴 하지만 웰에이징은 인위적인 조작을 하지 않는다는 점과 외모만을 최우선 가치로 두지 않는다는 점에서 안티에이징과 대척점에 있다. 안티에이징이 외모 지상주의의 최대 히트 상품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웰에이징은 가치 기준이 서서히 변화하는 사회 현상으로 봐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이런 변화는 기업이 먼저 느끼는 모양이다. 모 생활용품 업체는 96세 할머니를 광고 모델로 내세워 "나이든 것이 아름다움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사회가 받아들일까요?"라는 도발적인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지나치게 편향된 미(美)의 판단 기준을 바로잡자는 주제의 이 광고들은 소비자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웰에이징을 우리말로 바꾸면 '곱게 늙기' 정도가 되겠지만 이것이 추구하는 가치는 나이를 떠나 우리 삶의 전반을 관통한다. 이런 점에서 웰에이징은 노년층만이 아닌 사회 전반을 아우르는 새로운 소비 트렌드라고 할 수 있다.
외모 지상주의를 이용하거나 부추겨서 이익을 취하던 기업에는 그리 달갑지 않은 변화겠지만 소비자를 진정으로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상품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기업에는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다.
김영신 < 한국소비자원장 ys_kim@kca.g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