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30]이집트 정부가 사태 초기 반정부 시위 확산의 결정적 역할을 한 인터넷과 휴대전화를 전면 차단한 조치에 대해 세계 정보기술(IT) 업계가 강력 반발하고 있다.

미국 일간 샌프란시스코크로니클은 “반정부 시위가 확산되면서 이집트 정부가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물론 휴대전화와 동영상 사이트까지 차단했다” 며 “이 같은 인터넷 전면 차단에 세계 IT 업계 및 시민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고 31일 보도했다.앞서 지난 28일 ‘분노의 금요일’ 시위가 발생하기 직전 이집트 인터넷 트래픽의 93%가 차단됐다.

샌프란시스코크로니클은 28일 자정시간대부터 이집트 인터넷 서비스 업자들이 순차적으로 인터넷을 차단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이집트는 일부 대형 인터넷 제공업체들이 소형업체들에 서비스를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대형업체만 차단한다면 인터넷을 충분히 통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부 관계자가 소수의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자들에게 정부 관계자가 직접 전화를 했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샌프란시스코크로니클은 지적했다.

인터넷 정보업체인 레니시스의 공동 창업자이자 최고기술책임자(CTO)인 짐 코위는 “이집트 정부가 대규모 소요에 직면해 이 같은 조치를 취했지만 이는 근본적으로 이집트를 세계 온라인 지도에서 지워버린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집트가 전 세계적인 인터넷 공동체에서 잃게 될 신뢰를 생각하면 경악할 일” 이라며 “이집트는 인터넷 세계에서 몇 년은 뒷걸음질한 셈”이라고 평가했다.또 “이 같은 규모로 인터넷이 차단된 전례가 없어 장기적으로 이집트에 미칠 경제적 악영향이 어느 정도일지는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이집트 정부의 이 같은 조치에 대해 IT 관련 시민단체들도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미 버지니아주 소재 비영리단체인 ‘인터넷 소사이어티’는 “인터넷의 전면적인 차단은 정치적인 사태에 대한 부적절한 대응”이라며 “통신과 관련된 시민의 기본적인 권리에 대한 중대한 침해”라고 주장했다.또다른 시민단체인 ‘일렉트로닉 프론티어 파운데이션’은 “이번 사태는 미국 대통령이든 이집트 대통령이든지를 떠나 한 사람의 손에 인터넷을 차단하는 권리를 줬을 때 어떤 일이 발생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인터넷과 휴대전화 통제로 이집트 시민단체들은 유선전화 등 고전적 방법으로 외부와 연결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집트 시민단체들은 인터넷이 전면 차단되자 외부세계와 연계하기 위해 유선전화와 팩스,심지어 아마추어 무선라디오 등을 이용하고 있다고 미국의 IT전문매체인 IDG가 전했다.이들 시민단체는 특히 국제전화번호를 통해 스웨덴이나 프랑스 등 해외에 있는 모뎀을 이용해 인터넷에 연결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고 IDG는 전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