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발 악재가 국내 증시를 강타했다. 지난 28일 해외 증시 급락으로 어느 정도 예견됐던 조정이지만 외국인이 설 연휴 기간 불확실성을 피하기 위해 약 7000억원의 '팔자'에 나서 상대적으로 국내 증시의 낙폭이 커졌다. 이집트 시위사태로 당분간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한 흐름을 보이며 우리 증시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명절을 마음 편히 보내려면 연휴 전 주식 보유 비중을 일부 줄이되,하락장에서도 선전하는 반도체 석유화학 등 주도주는 들고가는 전략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외국인 석 달여 만에 최대 순매도

코스피지수는 31일 38.14포인트(1.81%) 급락한 2069.73으로 올 들어 최저치로 마감했다. 지난 주말보다 30포인트 가까이 떨어진 2080선에서 출발한 지수는 장중 외국인의 현 · 선물 동반 매도로 반등 시도가 무산돼 결국 2070선까지 내줬다.

외국인은 운수장비(2851억원)를 중심으로 모두 6971억원어치의 주식을 내다팔았다. 하루 순매도 규모로는 옵션사태가 있었던 작년 11월11일(1조3094억원) 이후 가장 컸다. 외국인은 선물시장에서도 7914억원 '팔자' 우위를 보였다.

안승원 UBS증권 전무는 "그간 조정다운 조정이 없었다는 점과 작년 4분기 실적이 높아진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점 등이 이집트 사태와 맞물려 외국인의 차익 실현 욕구를 자극하고 있다"고 말했다. 설 연휴를 맞아 2~4일 증시가 휴장하는 탓에 저가 매수 기회를 엿보던 외국인도 관망세로 돌아섰다는 설명이다.

외국인의 차익 매물이 집중된 자동차주의 하락폭이 컸다. 현대차가 17만9000원으로 4.79%(9000원) 밀려났고,기아차(-4.54%)도 동반 하락했다.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설립한 이집트 해외물류센터 운영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불거져 6.34%(1만7500원) 급락했다. 중동지역 플랜트 수주 확대가 호재로 꼽혔던 GS건설(-7.03%)과 현대중공업(-2.61%) 등 건설 · 조선주도 부진했다.

반면 금호석유(3.57%) LG화학(2.94%) SK이노베이션(2.76%) 등 석유화학주들은 상승했다. 중동지역 정세 불안으로 원유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할 경우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다는 기대가 작용한 덕이다.

◆"비(非)주도주 비중은 줄여야"

이집트 사태가 장기화해 유가 상승이 지속될 경우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져 조정이 길어질 수 있다. 금과 달러화 강세 등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확대되고 있는 점도 외국인 수급에는 부정적 요인이다.

하지만 당장 국내 경기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어서 증시의 추세가 꺾일 시점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이재만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가 쉬는 동안 미국에서 발표되는 제조업지수(1일 · 현지시간) 고용지표(4일) 등이 양호할 것으로 보인다"며 "당장 주식을 덜어내는 전략은 수익률 측면에서 현명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반도체 석유화학 등 설 연휴 이후에도 시장을 주도할 업종은 보유하는 전략이 유리하지만,추세를 벗어난 비주도주들은 당분간 비중을 줄일 필요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선엽 신한금융투자 연구위원은 "외국인 매수 규모가 컸던 자동차 등은 연휴 기간 미국 증시 등락에 따라 한 차례 더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올 수 있어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홍호덕 아이투신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급락 시 저가 매수하는 전략이 유효하지만 매수 시점은 설 연휴 이후 불확실성이 줄어들 때까지 미루는 게 나아보인다"고 조언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