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터키·이란 모델 중 하나로 귀결"
국방장관 등 미국 방문 협의 내용 주목


반정부 시위가 계속되는 이집트의 상황이 미얀마, 터키, 이란 등 3개 모델 중 하나의 시나리오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이 30일 전망했다.

슈피겔은 미얀마에서 수십 년간 그랬던 것처럼 군부가 권력을 잡을지는 불투명하지만 사미 아난 군참모총장과 모하메드 후세인 탄타위 국방장관이 지난주 초 미국을 방문한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집트 군부가 미국 국방부와 다음 조치를 협의할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보도했다.

슈피겔은 "가멜 압달 나세르, 사다트, 무바라크 등 1954년 이후 현대 이집트의 지배자들은 모두 군이라는 배경을 갖고 있었다"면서 특히 "탄타위 장관은 (부통령으로 임명된) 오마르 슐레이만 정보국장보다 훨씬 대중적 인기가 높고, 더욱 자주 무바라크의 잠재적 후계자로 거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집트와 터키는 여러모로 다른 상황에 있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이집트가 터키 모델을 따를 가능성이 있으며, 이것이 바람직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의 정의개발당(AKP)이 찾아낸 '터키 모델'은 이슬람의 정치화를 경제적, 외교적 차원에서 성공적으로 구현한 거의 유일한 사례라는 점에서 실제로 아랍의 많은 민주세력에 큰 영감을 주고 있다.

슈피겔은 불법단체로 규정돼 있지만 명실상부한 이집트 최대 야권단체인 무슬림형제단이 터키 모델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인도주의 이미지를 크게 현대화하고, 테러와 명백하게 거리를 두는 등 터키 이슬람주의자들의 모범을 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레슬리 겔브 전 미 국무부 차관보는 이집트 사태가 터키식 모델로 귀결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겔브 전 차관보는 "시정잡배 수준으로 떨어진 부패 정권에서는 온건파에 이어 새로운 독재자가 출현하는 것이 역사적 패턴"이라면서 무바라크와 거리를 두려는 노력은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집트에서 볼셰비키나 이란 시나리오가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실제로 미국 관리들은 "시위를 벌이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시위자들이 조직된 정치력이나 통치력이 없는 단순한 폭도인지, 배후에 더 사악한 세력이 활동하고 있는지에 대해 어떤 구체적인 정보도 갖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베를린연합뉴스) 김경석 특파원 ks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