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지적…"이집트 사태는 중동 전체에 영향"

이집트와 중동, 북아프리카 등의 소요사태는 이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 약화를 극명하게 노출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메릴랜드대학의 정치학자인 텔하미는 AFP와 인터뷰에서 "지난 10년간 중동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은 상당히 많이 약화됐다"고 말했고, 미국 카네기 평화연구소의 마리나 오타웨이 연구원도 "이라크에서 미국의 영향력은 이란의 영향력보다도 약하다"고 말했다.

아론 데이비드 밀러 우드로윌슨센터 연구원도 "최근 중동 사태는 미국의 영향력이 얼마나 약화됐는지를 극명하게 드러낸다"면서 "미국은 이 상황을 돌파해 나가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못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팍스 아메리카나'를 구가하던 1990년대에 미국은 쿠웨이트에서 이라크군을 축출하고 아랍과 이스라엘의 평화협상을 추진하는데 군사력을 지렛대로 활용하는 등 중동에서 상당한 영향력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 미국 내 중동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튀니지에 이어 반(反)정부 시위가 격화되고 있는 이집트 사태가 중동 전체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이란 전문가의 분석도 나오고 있다.

레바논 유력 일간지 알-사피르의 타랄 살만 편집장은 지난 28일 기고문을 통해 "튀니지의 경험이 이집트에 등불 역할을 할 것이며 예멘과 수단, 나머지 아랍국가들에도 변화의 열망을 자극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30일 보도했다.

살만 편집장은 "이들 국가의 국민들은 최악의 상황이라도 현상 유지보다는 낫다고 판단하고 있어 위험을 감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모든 중동 국가들이 이집트의 사태 전개를 주의 깊게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직 장관 출신인 레바논의 작가 파델 샬라크도 "정치적인 침체가 몇년간 계속되면서 우리는 나쁜 상황과 최악의 상황 가운데 양자택일을 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면서 "아랍 세계에 무언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고 이미 집단적인 목소리가 다시 울려펴지고 있다"고 말했다.

튀니지 시민 혁명 이후 이집트 외에도 예멘과 요르단 등에서도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거나 물가폭등 등에 항의하는 반정부 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반정부 시위가 발생하는 국가들은 대부분 미국과 관계가 좋은 나라란 점에 주목했다.

요르단의 언론인인 무인 라바니는 "변화의 바람은 미국과 상당한 관계가 있다"면서 이들 국가의 정부가 미국과 동맹국들의 하수인으로 비치고 국민들은 경제적으로 좌절감을 느끼면서 정부에 대한 분노를 초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랍권의 경우 한 형제란 동질감이 있는데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등이 발달한 상황이어서 이집트 시위가 다른 곳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

요르단의 반체제 인사인 라이스 슈빌라트는 "대중은 자유와 빵을 원한다"면서 형편없는 독재자들이 국가를 약탈하는 상황이 중단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시위에는 1934년 요절한 샤비 시인의 작품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슈빌라트는 "샤비가 무덤에서 우리를 이끌고 있다"면서 "어느 날 국민들이 생존을 원한다면 운명은 그들의 요구에 응답할 것이며 어둠은 그때 사라지고 속박과 구속도 깨지고 쓰러질 것"이란 내용의 그의 작품을 소개했다.

(서울연합뉴스) 홍제성 기자 js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