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그린벨트의 디아스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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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주도의 보금자리 건설이 전셋값 폭등의 한 원인이며 이로 인해 주택시장 질서도 무너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보금자리 지구로 지정된 그린벨트 지역에 사는 소수 주민들이 겪는 피해에 대한 논의는 찾아볼 수 없다. 무조건 싼값에 수용하는 게 최선이라는 일방통행식 논리만 있다.
애초 그린벨트 지역 주민들은 정부에서 설정한 그린벨트로 인해 오랫동안 사유재산권을 침해받아왔다. 이들은 영농 외에는 다른 생업에 종사할 기회를 원천봉쇄당했다. 더구나 옆 동네 비(非)그린벨트가 개발돼 땅값이 폭등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려왔다. 빗금 하나 사이로 땅값이 수십배 차이 나는 불합리는 곳곳에서 나타났다.
그들에게 지금 다시 헐값 수용이라는 폭탄이 떨어지고 있다. 수도권 최대 규모의 보금자리 지구로 지정된 경기 K시의 경우 지구 지정 직전인 2009년 말 이곳 그린벨트 땅값은 인접한 S시의 동일 조건 토지보다 비쌌다. 서울 접근성이 좋기 때문이다. K시 그린벨트 지역 대부분이 보금자리로 지정되면서 S시의 땅값은 치솟았다. 대토 수요가 중요한 원인이었다. 2010년 말 현재 S시 그린벨트 땅값은 1년 전보다 30% 정도 올랐다. 부동산 업계는 더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 2009년 말 3.3㎡당 시가 100만원이던 K시 땅의 공시지가는 50만원 안팎이다. 보금자리 사업자인 LH에선 공시지가의 1.6배 정도에 수용할 것이란 말이 흘러나온다. 그러니 땅 100㎡를 수용당하면 S시에서 60㎡밖에 못 사는 형편이 됐다. 결국 다른 곳에서 땅을 사려면 수도권을 떠나야 할 입장이다. 한마디로 디아스포라를 강요당하는 형국이다. 이런 사정은 다른 지역도 대동소이하다.
일본에선 이런 일이 있었다. 홋카이도의 한 지방자치단체가 구불구불한 시골 도로를 정비하기 위해 산을 관통하는 터널을 뚫기로 했다. 우선 입구 쪽 땅을 매입한 뒤 공사에 착수했으나 출구 쪽 땅 주인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일방적으로 지자체가 공사를 시작한 뒤 소유자에게 땅을 팔라고 강요하는 행정에 굴복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해당 지자체는 10여년을 허비하고 수백억원을 낭비한 끝에 결국 2007년 터널공사를 포기한다고 발표했다. 공무원들은 TV에 나와 "지주와 협의도 없이 성급하게 공사에 착수한 게 잘못이다. 죄송하다"며 계속해서 고개를 숙였다.
우리나라 같으면 일부 땅 주인의 '버티기'를 탓하는 주장도 나올 법하건만 현지 여론은 그렇지 않았다. 땅 소유자의 행위는 당연한 사유재산권 행사라는 인식 아래 지자체에 더 큰 귀책사유가 있다는 평가가 많았다. 소수자의 권익을 가볍게 여기는 발상은 시장경제를 채택한 자유 민주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인 것이다.
정부는 도시 주변의 무분별한 개발을 막기 위해 그린벨트 정책을 시행해왔다. 이곳에서 수십년간 살아온 주민들이 고향을 떠난 뒤 최소한 인근 지역에서 살 수 있는 기반은 마련해줘야 할 것이다. 국가 대의를 위해 이들이 희생해온 과거를 잊어서는 안 된다.
윤승모 < 중앙대 신문방송학부 겸임교수 >
애초 그린벨트 지역 주민들은 정부에서 설정한 그린벨트로 인해 오랫동안 사유재산권을 침해받아왔다. 이들은 영농 외에는 다른 생업에 종사할 기회를 원천봉쇄당했다. 더구나 옆 동네 비(非)그린벨트가 개발돼 땅값이 폭등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려왔다. 빗금 하나 사이로 땅값이 수십배 차이 나는 불합리는 곳곳에서 나타났다.
그들에게 지금 다시 헐값 수용이라는 폭탄이 떨어지고 있다. 수도권 최대 규모의 보금자리 지구로 지정된 경기 K시의 경우 지구 지정 직전인 2009년 말 이곳 그린벨트 땅값은 인접한 S시의 동일 조건 토지보다 비쌌다. 서울 접근성이 좋기 때문이다. K시 그린벨트 지역 대부분이 보금자리로 지정되면서 S시의 땅값은 치솟았다. 대토 수요가 중요한 원인이었다. 2010년 말 현재 S시 그린벨트 땅값은 1년 전보다 30% 정도 올랐다. 부동산 업계는 더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 2009년 말 3.3㎡당 시가 100만원이던 K시 땅의 공시지가는 50만원 안팎이다. 보금자리 사업자인 LH에선 공시지가의 1.6배 정도에 수용할 것이란 말이 흘러나온다. 그러니 땅 100㎡를 수용당하면 S시에서 60㎡밖에 못 사는 형편이 됐다. 결국 다른 곳에서 땅을 사려면 수도권을 떠나야 할 입장이다. 한마디로 디아스포라를 강요당하는 형국이다. 이런 사정은 다른 지역도 대동소이하다.
일본에선 이런 일이 있었다. 홋카이도의 한 지방자치단체가 구불구불한 시골 도로를 정비하기 위해 산을 관통하는 터널을 뚫기로 했다. 우선 입구 쪽 땅을 매입한 뒤 공사에 착수했으나 출구 쪽 땅 주인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일방적으로 지자체가 공사를 시작한 뒤 소유자에게 땅을 팔라고 강요하는 행정에 굴복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해당 지자체는 10여년을 허비하고 수백억원을 낭비한 끝에 결국 2007년 터널공사를 포기한다고 발표했다. 공무원들은 TV에 나와 "지주와 협의도 없이 성급하게 공사에 착수한 게 잘못이다. 죄송하다"며 계속해서 고개를 숙였다.
우리나라 같으면 일부 땅 주인의 '버티기'를 탓하는 주장도 나올 법하건만 현지 여론은 그렇지 않았다. 땅 소유자의 행위는 당연한 사유재산권 행사라는 인식 아래 지자체에 더 큰 귀책사유가 있다는 평가가 많았다. 소수자의 권익을 가볍게 여기는 발상은 시장경제를 채택한 자유 민주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인 것이다.
정부는 도시 주변의 무분별한 개발을 막기 위해 그린벨트 정책을 시행해왔다. 이곳에서 수십년간 살아온 주민들이 고향을 떠난 뒤 최소한 인근 지역에서 살 수 있는 기반은 마련해줘야 할 것이다. 국가 대의를 위해 이들이 희생해온 과거를 잊어서는 안 된다.
윤승모 < 중앙대 신문방송학부 겸임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