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퇴계를 사로잡은 매화…측천무후 화나게 한 모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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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나무의 세계 1,2 | 박상진 지음 | 김영사 | 1권 608쪽·2권 572쪽 | 각권 3만원
퇴계 이황은 매화를 유난히 사랑했다. 얼마나 사랑했던지 그냥 매화라고 부르기조차 삼갔다. 매형(梅兄),매군(梅君),매선(梅仙)이라고 했다. 그런 퇴계가 단양군수로 있을 때였다. 방년 18세의 관기 두향이 48세의 퇴계에 반했다. 그러나 워낙 꼿꼿한 퇴계인지라 두향에겐 '너무나 먼 당신'이었다.
퇴계의 각별한 매화 사랑을 안 두향은 꽃 빛깔이 희면서도 푸른 빛이 나는 진귀한 매화를 구해 선물했다. 매화에 감복한 퇴계는 드디어 마음을 열었다. 나중엔 그 매화를 도산서원에 옮겨 심었다고 한다. 퇴계는 70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나면서 "저 매화나무에 물을 주라"는 유언을 남겼다. 현재 사용되는 1000원짜리 지폐에는 퇴계의 얼굴과 함께 도산서원의 매화나무가 푸른 빛으로 담겨 있다.
《우리 나무의 세계》는 목재문화재의 최고 권위자인 박상진 경북대 명예교수가 이 땅에 살고 있는 1000여종의 나무 가운데 242종을 골라 들려주는 나무 이야기다. 꽃이 아름다운 나무,유실수,약용 나무,생활에 쓰이는 나무,가로수용 나무,정원수용 나무,목재용 나무,만나기 어려운 귀한 나무 등 8개 범주로 나눠 생태학적 설명과 나무에 깃든 이야기를 들려준다.
옆집 청년을 함께 좋아했던 두 자매와 청년의 애처로운 사연이 담긴 경주 오류리의 천연기념물 제89호 팽나무,폭군인 연산군이 금방 딴 열매를 승정원에 내리면서 "함께 맛보고 농담시를 지어바치라"고 해 승지들을 떨게 했다는 으름나무,"옛날 어떤 사람이 집을 수리하다 실수로 나무토막 하나를 술독에 빠뜨렸더니 술이 곧 물이 됐다"는 이야기가 전해오는 헛개나무 등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하다.
당나라 때 측천무후가 한겨울에 꽃나무들에 꽃을 피우라고 명령했다. 다른 꽃나무들은 다 명령을 따랐는데 유독 모란만 꽃을 피우지 않았다. 불까지 피웠지만 그래도 꽃을 안 피우자 화가 난 측천무후는 모란을 모두 뽑아서 낙양으로 추방했다. 모란의 다른 이름인 '낙양화 '는 그래서 붙여졌다.
저자는 나무의 세포형태를 연구하는 목재조직학이 전공이면서도 《삼국유사》 《삼국사기》 《조선왕조실록》은 물론 고전소설과 선비들의 문집,개화기의 문학작품까지 뒤져가며 나무에 관한 이야기를 가져왔다. 700여장의 선명하고 생생한 사진과 50여장의 옛 그림은 읽는 재미를 더한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
퇴계의 각별한 매화 사랑을 안 두향은 꽃 빛깔이 희면서도 푸른 빛이 나는 진귀한 매화를 구해 선물했다. 매화에 감복한 퇴계는 드디어 마음을 열었다. 나중엔 그 매화를 도산서원에 옮겨 심었다고 한다. 퇴계는 70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나면서 "저 매화나무에 물을 주라"는 유언을 남겼다. 현재 사용되는 1000원짜리 지폐에는 퇴계의 얼굴과 함께 도산서원의 매화나무가 푸른 빛으로 담겨 있다.
《우리 나무의 세계》는 목재문화재의 최고 권위자인 박상진 경북대 명예교수가 이 땅에 살고 있는 1000여종의 나무 가운데 242종을 골라 들려주는 나무 이야기다. 꽃이 아름다운 나무,유실수,약용 나무,생활에 쓰이는 나무,가로수용 나무,정원수용 나무,목재용 나무,만나기 어려운 귀한 나무 등 8개 범주로 나눠 생태학적 설명과 나무에 깃든 이야기를 들려준다.
옆집 청년을 함께 좋아했던 두 자매와 청년의 애처로운 사연이 담긴 경주 오류리의 천연기념물 제89호 팽나무,폭군인 연산군이 금방 딴 열매를 승정원에 내리면서 "함께 맛보고 농담시를 지어바치라"고 해 승지들을 떨게 했다는 으름나무,"옛날 어떤 사람이 집을 수리하다 실수로 나무토막 하나를 술독에 빠뜨렸더니 술이 곧 물이 됐다"는 이야기가 전해오는 헛개나무 등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하다.
당나라 때 측천무후가 한겨울에 꽃나무들에 꽃을 피우라고 명령했다. 다른 꽃나무들은 다 명령을 따랐는데 유독 모란만 꽃을 피우지 않았다. 불까지 피웠지만 그래도 꽃을 안 피우자 화가 난 측천무후는 모란을 모두 뽑아서 낙양으로 추방했다. 모란의 다른 이름인 '낙양화 '는 그래서 붙여졌다.
저자는 나무의 세포형태를 연구하는 목재조직학이 전공이면서도 《삼국유사》 《삼국사기》 《조선왕조실록》은 물론 고전소설과 선비들의 문집,개화기의 문학작품까지 뒤져가며 나무에 관한 이야기를 가져왔다. 700여장의 선명하고 생생한 사진과 50여장의 옛 그림은 읽는 재미를 더한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