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재 강원도지사가 결국 낙마했다. 직무정지 상태에서 업무를 시작한 지 147일 만이다. 당장 지사직에서 물러나는 것은 물론 사면 복권이 이뤄지지 않는 한 10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정계 복귀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1988년 23세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보좌관으로 정치에 입문한 이래 최대 위기다. 지난 6 · 2 지방선거에서 "10년 뒤 대권에 도전하겠다"는 당찬 포부와 의원 활동 기간 중 다져온 현지 민심을 등에 업고 지사에 당선했으나 5개월여 만에 다시 혹독한 시련을 맞았다.

이 지사의 지사직 수행은 처음부터 순탄치 않았다. 당선 9일 만에 2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아 90일간 직무를 정지당했으며 헌법소원 과정을 거쳐 지난 9월에야 직무에 복귀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도정을 맡은 후 사무관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업무를 챙기는 탈권위적 스타일과 소탈한 성격으로 도내에서는 '우리 광재'라고 불릴 정도로 높은 인기를 누렸다. 특히 오는 7월6일 개최지를 결정하는 2018년 동계올림픽 유치 경쟁에 매달려온 이 지사로서는 더욱 뼈아플 수밖에 없다. 유치에 성공할 경우 이를 발판으로 재선은 물론 중앙 정치무대에서도 보폭을 넓힐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기 때문이다.

대학 졸업 후 노 전 대통령의 의원 보좌관으로 정치에 발을 들인 후 2002년 '우광재,좌희정(안희정 충남지사)'의 한 축을 맡아 37세에 청와대 국정상황실장,39세에 초선 의원 당선 등 이 지사는 한동안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정권교체 직후인 2008년 초 '박연차 게이트'에 연루되면서 정치적 시련이 시작됐다. 2008년 3월 검찰 기소 뒤 1심 재판에서 유죄 판결이 나오자 이 지사는 2009년 3월 "여러분이 사랑한 젊은이가 막살지 않았다는 것을 밝히겠다. 국회의원의 기득권을 버리고 평범한 사람으로 진실을 가리겠다"며 의원직에서 사퇴했다. 절치부심 끝에 지방선거에 출마,민주당 불모지인 강원도에서 한나라당 후보를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이 지사는 "무죄를 확신한다"며 담담하게 도정을 이끌어왔으나 결국 게이트의 벽을 넘지 못하고 낙마했다.

민주당은 "기획 · 보복수사이자 정치적 판결"(이춘석 대변인)이라고 반발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