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권 도전을 시사한 정몽준 한나라당 전 대표(사진)는 26일 "지금의 18대 국회는 유신국회나 다름없다"고 강력 비판했다.

정 전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당이 하고 싶은 얘기를 하지 않고 청와대가 지시하거나 청와대의 결재를 받고 문제를 처리하고 있다"며 "유신국회 이후 이런 국회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최근 한나라당 지도부가 자체 입장을 갖지 못하고 청와대에 끌려 다니거나 다른 목소리를 냈다가 곧 바로 자세를 낮추는 등 독자적 입장을 견지하지 못한 데 대한 비판으로 풀이된다.

정 전 대표는 최근 "책임있는 정치인들이 국가 주요 문제에 대해 함께 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대선이기 때문에 기회가 있을 때 열심히 준비하고 참여하는 것이 도리"라며 사실상 차기 대권 도전 의지를 표명했었다.

정 전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이 개헌논의를 촉구한 데 대해 "여야 186명의 의원이 서명해서 2년간 개헌방안을 연구하고도 성공시키지 못한 게 현실"이라며 "성공 여부를 떠나 앞으로 (국회가) 꾸준히 더 연구하는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표를 비롯해 여야 잠재 주자들이 복지 이슈를 잇따라 제기하는 데 대해서는 "지도자들이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지 못할 때 쉽게 내놓을 수 있는 얘기가 복지 이슈"라면서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또 최근 사재로 설립한 아산정책연구원이 '내년 대선에서 한나라당 후보보다 야당 후보에게 투표하겠다는 사람이 근소한 차로 더 많았다'는 여론조사를 발표한 데 대해서는 "박 전 대표를 견제하기 위해 그런 여론조사를 낸 것 아니냐는 오해를 받고 있다"면서 "앞으로 그런 조사는 하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 선정 문제와 관련해서는 "최근 울산에 내려가보니 영남권이 연대해서 충청 · 경기권에 대응해야 한다는 기류가 형성되고 있었다"면서 "결국 정부와 청와대가 표를 많이 얻을 수 있는 곳을 낙점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정 전 대표는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 불출마 뜻을 피력하면서 "그동안 '정치에 전념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FIFA 회장 불출마가) 그런 오해를 불식시키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정치에 올인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박수진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