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만명의 벨기에 시민들이 휴일인 23일 수도 브뤼셀에서 무정부 상태의 장기화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고 dpa 통신이 현지 언론매체를 인용해 보도했다.

시위대는 벨기에 정치인들에게 차이를 해소하고 장기화되고 있는 정치적 위기를 끝낼 것을 촉구했다.

벨기에는 정치인들이 상대적으로 부유한 북부 플랑드르(네덜란드어권)와 가난한 남부 왈로니아(프랑스어권) 사이의 중앙정부 권력 분할 문제를 놓고 대립하는 바람에 선거를 치른 지 224일이 지나도록 정부를 구성하지 못하는 교착 상태에 빠져 있다.

이에 벨기에 시민단체는 동료 시민들에게 교착상태를 해결하지 못하는 정치인들의 무능에 항의할 것을 촉구하는 `수치(SHAME)' 운동을 개시했다.

이들은 웹사이트를 통해 "우리는 정부를 원한다"며 "네덜란드어권과 프랑스어권 양측을 비롯한 모든 정당의 지도자들이 가능한 한 빨리 공개적이고 진실한 대화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시위 주최 측은 이날 거리시위에 2만5천 명이 참석했다고 밝힌 데 비해 경찰 관계자는 2만여 명이라고 말했다고 벨기에 벨가(Belga) 뉴스통신이 보도했다.

이 같은 시위 참가자 규모는 당초 예상을 상회하는 것이다.

벨기에 유력 일간지 르 수아르(Le Soir)는 지난 22일자 신문에서 1만 명에서 3만 명 정도가 참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최 측은 이번 시위가 정파적으로 완전히 중립적인 것으로서 정부의 구성을 촉구하기 위한 것이지, 벨기에가 플랑드르와 왈로니아로 갈라져야 하는지의 문제에서는 특정한 입장에 서 있지 않다고 밝혔다.

르 수아르는 이날 시위가 통합론자와 분리주의자 중 어느 쪽에도 서 있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고, 바로 그런 이유로 시위 참가자가 벨기에 국기를 드는 것은 허용은 되지만 권장 사항은 아니라고 보도했다.

벨기에의 정치 위기는 점점 더 해결하기 힘든 상황에 빠져들고 있으며, 국민들의 여론도 갈수록 갈라지고 있다.

지난 2007년 선거 후 위기가 닥쳤을 때는 벨기에 통합 유지를 지지하는 시위대 3만5천여 명이 거리에 나왔었다.

(제네바연합뉴스) 맹찬형 특파원 mangel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