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들의 손놀림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들의 표정이다. 입가의 엷은 미소와 어린아이처럼 초롱초롱한 눈빛에서는 같은 일을 10년 이상 한 사람의 매너리즘이나 인생의 지루함 따위를 찾아볼 수 없다. 달인으로 불리는 이들은 몰입할 때의 행복을 삶의 습관으로 익힌 사람들이다.
몇 달 전에 6 · 25전쟁 당시 71명의 학도병들이 고향을 지킨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포화 속으로'를 보았다. 흥행 성적은 별로였다지만 나는 영화를 보는 내내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어머니의 김치찌개가 그리운 중학생,소년원에 끌려가는 대신 전쟁터에 자원한 가짜 고등학생,똘똘하지만 용기가 부족한 학도병,전쟁의 긴장감보다 먹는 것이 좋은 학도병 등 오합지졸에 불과한 평범한 학생들은 점차 군인으로 거듭나 낙동강 전선이 아닌 포항으로 비밀리에 진격해 온 인민군을 막아낸다. '학도병은 군인인가? 군인이 아닌가'를 자신들에게 거듭 물어가면서 말이다.
연합군이 도착할 때까지 11시간이나 적을 막은 이들은 두려움과 함께 용기가 있었다. "저는 중대장을 못하겠습니다. 저는 골목대장도 못해봤습니다"라고 말하는 학도병은 떨면서도 대단한 일을 한다.
겉모습이 대단해 보이거나 특이하게 보이는 사람,뭔가를 할 것 같은 사람은 그 무언가를 이루기가 오히려 힘들다. 이미 성공한 사람은 그 일 자체에 몰입하기보다는 성공에 몰두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평범한 사람은 그 일 자체를 사랑하기 때문에 더욱 몰입할 수 있고 열중할 수 있다.
진정한 성공을 위해서는 그 대상과 순수하게 가슴으로 마주서야 한다. 성공을 위해 계산하고 계획하기보다는 순수하게 마주섰을 때 큰 꿈을 꿀 수 있다. 어떤 꿈이든 꿀 수 있는 자유가 있는 사람은 아주 평범한 사람이며,평범한 사람은 자유롭게 꿈을 꿀 수가 있다. 영화를 본 후 궁금한 것이 있었다. 항상 순수하고 열정이 넘치는 한전KDN 직원들도 나와 비슷한 감동을 느꼈는지,겉보기에는 평범한 직원들에게 어떤 비범한 점이 있는지 말이다.
사실 삶의 궤적이 다르고 연령대가 달라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한 직원이 "주인공이 정말 멋있었다"고만 말해서 살짝 실망했다. 하지만 같은 감동을 못 느꼈다고 해도 괜찮다. 초롱초롱한 눈으로 빅뱅의 T.O.P이라는 연예인을 꿈 속에서라도 한번 보고 싶다고 진지하게 말하는 그 직원이야말로 정말 순수하고 평범한 것 아닌가. 그렇게 멋진 연예인을 보고 싶은 것 또한 몰입과 열정이 필요한 것이다.
전도봉 < 한전KDN 사장 ceo@kd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