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진 태광그룹 회장(49)이 거액의 회사자금을 빼돌린 혐의로 구속됐다. 이에 따라 검찰의 태광그룹 비자금 의혹 수사는 한층 탄력이 붙게 됐다.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이원곤)는 21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의 혐의로 이 회장을 서울 영등포구치소에 구속 수감했다. 진철 서울서부지법 영장전담 판사는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 회장은 그룹 계열사인 태광산업에서 제품 생산량을 조작하는 수법 등으로 약 424억원을 횡령하고 세금 39억원을 포탈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티브로드 케이블TV 채널배정 대가로 주식을 받아 시세차익 256억원을 챙긴 혐의 등도 받고 있다. 검찰은 태광그룹의 전체 비자금 규모가 약 3000억원으로,이 회장의 관여 아래 7000여개의 차명계좌로 관리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10월 태광그룹 본사를 압수수색하고 이 회장 등 그룹 관계자 수십명을 소환 조사했다. 이 회장의 구속으로 검찰의 태광그룹 수사는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그간 그룹 수사 과정에서 이 회장의 모친인 이선애 상무(83) 자택 압수수색 영장이 두 차례 기각되는 등 난항을 겪었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 회장을 구속한 상태에서 현재까지 제기된 혐의에 대해 보강조사를 벌여 수사를 이번달 내로 마무리할 예정이다. 검찰은 이선애 상무에 대해서는 고령인데다 건강이 좋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불구속 기소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한편 법원은 회사 자금과 공사 대금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이모 티알엠 · THM 대표(55)와 배모 템테크 상무(51)에게 청구된 구속영장을 "증거 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없다"며 기각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