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은 내용적으로 사실 전혀 어려운 게 아니다. 그럼에도 일부 학자들과 일반인들 사이에는 경제학자들이 괜스레 이를 어렵게 만들어 이야기한다는 식의 인식이 있는 것 같다. 경제학에서 가르치고자 하는 가장 기본적인 이론은 결국 비용과 편익을 계산해 비용에 비해 편익이 가장 큰 대안을 선택하는 원리다. 따라서 경제학의 원리는 손실과 이익을 차변과 대변에 놓고 비교하는 손익계산서의 원리와 다르지 않다. 이 같은 계산은 위로는 대통령으로부터 아래로는 재래시장의 영세상인까지 거의 모든 국민들의 일상이기 때문에 그것이 대단히 어려운 그 무엇일 이유가 없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비용과 편익을 비교하는 기본 원리는 너무나도 평범한 것이지만 현실에서 이뤄지는 여러 가지 선택에 있어서는 비용과 편익이 분명하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오늘 어느 기업의 주식을 한 주 산다고 할 때 비용은 무엇이고 편익은 무엇일까. 이 경우 비용은 오늘 그 기업의 주가이기 때문에 너무나 분명하지만 편익은 좀 더 복잡하다. 기본적으로 편익은 미래에 받을 배당과 배당을 받은 다음 주식을 매각했을 때 받을 수 있는 가격의 합으로 나타낼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미래의 배당과 주식 가격은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미래의 배당과 주식 가격이 높으리라고 보는 반면에 다른 사람들은 반대로 본다. 이에 더해 어떤 선택에는 앞으로 발생할 비용마저도 불확실한 경우가 허다하다.

비용과 편익에는 불확실성이 존재하고 그에 따른 기대의 높이가 다르기 때문에 많은 경제적인 선택에서 분쟁이 발생한다. 특히 규모가 큰 공공투자나 복지 지출의 경우 비용이나 편익이 분명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지금 정파마다 복지에 대한 담론이 뜨겁지만 비용과 편익을 제대로 제시하는 경우는 많지 않은 것도 그런 까닭이다. 누군들 복지의 편익을 싫어하겠는가. 예를 들어 편익만을 놓고 볼 때 무상급식,무상의료,무상보육 등 무상이라는 접두어가 붙은 복지지출의 편익을 싫어하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그러나 편익의 반대편에 존재하는 비용을 고려하면 문제는 복잡해진다. 특히 경제학에서 비용을 따지는 방식은 위에서 이야기한 주식의 경우보다 조금 더 복잡하다. 기회비용이라는 것을 봐야 하기 때문이다. 기회비용이란 하나의 선택을 위해 포기해야만 하는 여러 다른 대안의 가치 가운데 가장 큰 것을 일컫는다. 어떤 선택을 했을 때 그 선택의 비용과 편익만을 볼 것이 아니라 그와 같은 선택 때문에 포기해야 하는 다른 대안의 가치를 고려해야만 경제적으로 타당한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무상 시리즈의 예산 몇십조원을 등식의 좌변에 놓고 무상 시리즈의 편익과 무상 시리즈 때문에 포기해야만 하는 여러 대안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편익을 등식의 우변에 나열해 놓은 다음 과연 가장 큰 가치를 창출하는 선택이 무엇인가를 판단해야만 한다.

무상 복지 시리즈에 투여될 비용 몇십조원을 가령 교육에 집중 투자했을 경우의 편익을 상상해 보라.우주항공 산업에 투자했다고 할 경우의 편익은 어떨까. 첨단 생명과학이나 문화산업에 투자했을 경우의 편익은 또 얼마나 될까. 복지의 어떤 것들은 매우 시급한 것이라는 데 공감하는 사람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경제는 미래를 준비하는 데 더 많은 예산을 투여해야만 하는 발전단계에 있다. 나라의 재정을 운용함에 있어 예산의 우선순위가 무엇인지를 깊이 생각할 때인 것이다. 국가의 예산이야말로 인기영합주의가 아닌 원리와 원칙에 따라,규율 있는 우선순위에 따라 배분돼야 한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조장옥 < 서강대 경제학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