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북한의 고위급 군사회담을 전격 수용했다. 남북 대화의 전제 조건으로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에 책임 있는 조치'와 '추가 도발 방지 확약' 등을 북측에 요구했던 기존 입장을 뒤집은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통일부는 20일 북측이 제의한 고위급 군사회담을 수용하고,비핵화 문제를 별도로 논의하기 위해 고위급 당국 간 회담 개최를 북측에 제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북측은 미 · 중 정상회담이 끝난 직후인 이날 오전 김영춘 인민무력부장 명의의 통지문을 김관진 국방부 장관 앞으로 보내 남북 고위급 군사회담을 전격 제의했다. 통일부는 "북측은 회담을 제의하면서 의제로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전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상태를 해소할 데 대하여'로 할 것을 제의해왔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북측이 회담 의제에 우리 측이 요구한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을 언급하지 않은 만큼 별도의 고위급 회담을 제의해 이를 확인하기로 했다.

북측이 고위급 군사회담을 전격 제의하고 우리 측이 이를 수용하기로 한 것은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해 남북대화가 필수적이라는 미 · 중 정상회담의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풀이하고 있다.

남북 당국 간 회담은 지난해 2월8일 열린 금강산 · 개성공단 관련 실무회담 이후 처음이다.

남북이 당국 간 대화에 공식 착수하기로 함에 따라 연평도 포격도발 이후 군사적 대결 국면을 지속해온 한반도 정세는 일단 대화 국면으로 전환하게 됐다.

그러나 남북 양측은 천안함 · 연평도 사건에 대한 책임있는 조치의 수위와 내용을 놓고 첨예한 입장차를 보일 것으로 예상돼 회담의 성과를 섣불리 낙관할 수 없다는 게 외교가의 관측이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