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칼텍스 LG화학 한화케미칼 등 대형 석유화학업체들이 모여 있는 여수국가산업단지 일대 전기공급이 지난 17일 오후 4시께부터 20여분간 끊겨 공장가동이 중단되는 심각한 사고가 발생했다. 울산에 이어 두 번째로 규모가 큰 여수산단의 정전사고는 피해액만 10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되고 완전복구에 최대 1주일은 걸린다고 한다. 이번 사고는 특히 전력수요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날 발생해 전력대란이 현실화된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낳고 있다.

한국전력은 이번 정전이 전력수급과는 무관한 개폐기 고장에 따른 단순 사고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하지만 아직 정확한 사고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이고,일부 업체는 한전이 관리하는 전기선로의 문제로 과부하가 걸려 변압기가 폭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여수산단의 정전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2006년과 2008년에 모두 세 차례 등 평균 2년에 한 번꼴로 정전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여수산단에는 지난해 말 기준 264개 업체가 197개 공장을 가동중이며 산업단지 배후에는 1181개 중소협력업체가 들어서 있다. 무엇보다 석유화학의 공정 특성상 전력공급이 단 1초라도 끊길 경우 천문학적인 피해를 입게 되고 공장이 정상상태로 복구되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그런데도 반복적으로 같은 유형의 정전사고가 일어난다는 것은 이 지역 전력망의 구조적인 결함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우선 철저한 사고 원인 조사를 통해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는 것이 급선무다. 어떤 경우든 국가 기간 산업단지에 전력공급이 일시적으로라도 단절되는 사태가 재발되어서는 안된다. 비상전력 공급 장치는 충분한지, 사고 때마다 왜 작동하지 않는지 등도 엄밀하게 따져 보완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이미 전력 예비율이 적정 수준의 절반에 불과한 5%대까지 떨어질 정도로 심각한 전력난을 겪고 있는 만큼 단순 사고가 아닌 수급의 문제로 정전이 발생하면서 국가 경제에 엄청난 피해를 가져을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 산업단지에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비상대책 마련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