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5명 중 1명은 '철학'하면 점 · 운세 · 관상 등을 떠올리고,10명 중 8명은 철학은 공부하기 어려운 학문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갤럽이 2009년 12월부터 두 달 동안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의 만 19세 이상 남녀 1503명을 개별 인터뷰를 통해 철학에 대한 생각을 조사한 결과다. 한국갤럽은 조사 결과를 담은 자료집 《한국인의 철학》(한국갤럽조사연구소 펴냄)을 발간했다.

조사 대상자들에게 '철학'하면 무엇이 떠오르는지 2개까지 복수응답하도록 한 결과 점(11%) 운명 · 운세(2%) 관상(2%) 철학관(2%) 등 점 관련 연상이 21%로 가장 많았다. '어렵고 재미 없다'는 대답도 20%에 달했고,사상 · 진리 · 이념 등 철학적 관념에 관한 용어가 16%,소크라테스 · 공자 등 철학자에 대한 연상이 15%로 뒤를 이었다.

또 응답자의 77%가 철학은 공부하기 어려운 학문이라는 명제에 '그렇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42%가 대학 재학 이상의 학력소지자인데도 평생 철학 관련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은 사람이 74%에 달했다.

'철학자'하면 떠오르는 국내 인물로는 율곡 이이,도올 김용옥이 각각 7%,퇴계 이황과 다산 정약용이 각각 5%를 차지했다. 응답자의 76%는 국내 철학자 가운데 아무도 떠올리지 못했다. 동양철학자로는 공자(46%)와 맹자(33%)를,서양철학자로는 41%가 소크라테스를 꼽았다.

철학이 국가발전에 도움이 된다(57%)는 의견이 많았으나 자녀나 가족이 철학을 전공하겠다는데 대해서는 말리겠다는 의견이 33%,지원하겠다는 의견은 10%에 그쳤다. 53%는 '본인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답했다.

인간의 본성에 대해서는 태어날 때부터 선하다는 의견이 53%로 가장 많았고 태어날 때부터 선과 악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는 의견이 32%,태어날 때부터 악하다는 의견은 3%에 그쳤다. 운명은 타고나는 것(36%)이라는 응답보다 노력이나 능력에 따라 만들어지는 것(54%)이라는 의견이 훨씬 많았다. 그러나 응답자의 40%는 점이나 사주를 본 경험이 있고 그 중 51%는 '점과 현실이 어느 정도 일치했다'고 답했다. 신의 존재 여부에 대해서는 53%가 존재한다고 답한 데 비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36%에 그쳤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