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영철도 연·발착 손배소송 봇물

웬만한 불이익을 당해도 꾹 참고 별 반응을 하지 않았던 프랑스인들이 거대기업을 상대로 집단 법정 투쟁을 벌이는 새로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프랑스-수아르 신문 인터넷판은 14일 법조계 인사들을 인용, 프랑스 국영철도(SNCF)가 운영하는 초고속열차(TGV)와 지방급행열차(TER) 등의 운행중단 및 연발착으로 피해를 봤다며 SNCF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사람들이 1천명을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프랑스-수아르는 SNCF 이용객들의 소송이 봇물 터지듯 하는 것은 열차의 잦은 연발착에 불만을 표시하는 수준을 넘어 집단행동에 나선 것이라면서 이는 전례가 없었던 새로운 풍조라고 진단했다.

리옹의 다비드 메탁사스 변호사는 이 신문에 대중교통이용자연맹과 리옹-앙베리외 노선 이용자협회 등의 시민단체들로부터 소송 요청이 답지하고 있다면서 자신이 대행한 관련 소송만도 800건이 넘었다고 말했다.

메탁사스 변호사는 앞으로도 수천건의 소송이 시민단체들을 거쳐 추가로 제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메탁사스 변호사는 리옹-앙베리외 TER 노선은 열차가 연착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해서 정시에 도착하는 비율이 30-50%에 불과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프랑스-수아르에 따르면 소송에 나선 이용객들의 사연도 가지가지다.

한 청년은 예약했던 열차가 취소되는 바람에 입사시험을 치를 수 없었고, 또 한 여성은 열차 때문에 자주 지각하다 직장에서 쫓겨났다.

또 리옹에 사는 32세의 여성은 열차 지연으로 파리에 7시간이나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고객들과의 약속을 맞추지 못해 1천유로를 손해봤다.

지난해 성탄절 직후인 12월26일 28시간 만에 스트라스부르에서 니스에 도착한 몽펠리에의 변호사 파니 데창은 약 300명의 승객들로부터 소송 요청을 받았다면서 나머지 다른 승객들도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부르고뉴의 SNCF 이용객들도 지난해 12월 30분 이상 열차 지연 건수가 5차례나 있었다며 시민단체를 통해 소송을 준비 중이다.

변호사들은 지금까지는 SNCF의 각종 잘못들을 꾹 참고 앉아 보고만 있었지만 이제는 집단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비용은 줄이면서 효과는 크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라고 말했다.

신문은 미국이나 영국 등 앵글로 색슨의 국가가 아닌 프랑스에서 집단소송이 이어지는 것은 새로운 현상이라고 풀이했다.

프랑스에서는 지난해 11월 한 법조인이 열차 연착으로 피해를 봤다며 SNCF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이겨 처음으로 배상판결을 받아냈었다.

(파리연합뉴스) 김홍태 특파원 hongt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