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가 결국 낙마하면서 정치권에서는 이재오 특임장관의 역할론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지난해 8월 김태호 총리 후보자의 중도 퇴진과 지난해 말 예산안 단독처리 등 정국의 고비고비마다 이 장관의 배후조정설이 불거져 나왔던 것처럼 이번 한나라당의 '정동기 후보 불가'결정 뒤에도 이 장관의 판단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이 장관의 여권 내 위상이 막강하다는 방증이다.

실제로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는 지난 10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동기 불가론'을 주도하기에 앞서,이 장관과 통화를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안 대표는 이 장관과 오랜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당 고위 관계자는 "두 사람이 당 대표와 특임장관으로 자주 통화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당일 아침에도 정 후보의 거취 문제에 대해 공감대가 있었고 그런 결과로 당에서 불가론이 터져 나올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장관 측은 배후설에 대해 "소설같은 얘기"라고 일축했다. 측근은 1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당일 아침 이 장관은 안 대표에게 '2~3일 정도 시간을 갖고 당 · 청 간 조율을 통해 단일한 흐름을 만드는 게 낫지 않겠느냐'고 했고 안 대표도 '그렇게 하자'고 답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이 '심사숙고하자'고 합의했는데 안 대표가 갑자기 '일을 쳤다'는 것이다. "때문에 당이 '정 후보 불가'의견을 청와대에 전달했다는 의견을 보고받고 이 장관이 한동안 어이없어했다"는 게 장관실의 설명이다. 이 장관도 이날 한나라당 중앙위 신년 하례식에 참석,"특임장관은 특정 인사에 개입하지 않는다"면서 "인사문제는 안 대표에게 물어보라"며 발을 뺐다.

그러나 다른 최고위원은 "두 사람이 시기에 대해서는 신중했지만 정 후보로 끝까지 가기 힘들다는 데는 공감했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박수진/이준혁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