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속보]오세훈 서울시장이 전면 무상급식과 관련해 주민투표를 제안하고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장이 제안한 주민투표는 시의회 동의를 얻어야만 가능하기 때문에 실제로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오 시장은 10일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무상급식 하나에 발목이 잡혀 교착상태에 빠진 서울시정을 이대로 방치할 수 없다”며 “전면 무상급식 시행 여부에 대한 주민투표 실시를 제안한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민주당이 74% 의석을 차지한 시의회가 무상급식 거부와 관련해 보복성으로 삭감시킨 핵심사업 예산이 220건 3912억원에 달한다”며 “무상급식은 이미 교육 문제를 넘어 시민 삶 전체와 직결된 문제로 확산됐다”고 제안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본격적으로 몰아닥치고 있는 ‘망국적 무상 쓰나미’를 수도 서울에서 막아내지 못한다면 국가 백년대계가 흔들린다”고 주장했다.또 복지지출을 과도하게 확대했다가 재정난에 빠진 영국,일본,포르투갈,그리스 등의 사례를 언급하며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오 시장이 제안한 투표 방식은 서울시 측의 ‘소득 하위 30%까지 점진적인 급식비 지원 확대’과 서울시의회 측의 ‘전면 무상급식’ 두 가지 안 중에 선택하는 것이다.그는 “투표 시기를 정하는 데는 여러 실무적 변수가 있어 이르면 4~5월,늦으면 6월까지 미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주민투표가 실시되려면 시의회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서울 지역 첫 주민투표가 성사될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주민투표는 지방의회,지자체장,주민,중앙행정기관장 등이 청구할 수 있는데,시장이 주민투표를 제안할 경우엔 시의회 재적의원 절반이 출석하고 과반수가 동의해야 투표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오 시장은 시의회에 “무상급식이 더 이상 국론 분열의 소모적 논쟁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주민투표에 동의해주실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주민투표는 지방자치단체의 중요 정책사항을 거주자 투표로 결정하는 제도로 우리나라에선 2003년 주민투표법 제정에 따라 2004년 7월 정식 도입됐다.2005년 7월 제주에서 행정체계 개편을 놓고 첫 주민투표가 치러졌고 같은해 9월 청주시와 청원군의 행정구역 통합안도 주민 투표에 부쳐졌다.같은해 11월에는 경북 경주·영덕·포항,전북 군산 등 4개 도시에서 방폐장 부지 선정을 위한 주민투표가 동시 실시됐다.

주민투표법에 따르면 투표는 안건이 발의된 지 20~30일 이내 실시되며,투표권자 3분의 1 이상이 참여해 유표투표수 과반의 찬성을 얻으면 안건이 통과된다.

서울시의회는 지난달 1일 올해부터 시내 초등학교,내년에는 중학교에 전면 무상급식을 도입하는 내용의 ‘무상급식 조례안’을 의결했다.서울시가 무상급식 시행에 반대하며 재의를 요구했지만 시의회는 지난달 30일 조례안을 재의결했고 이달 8일 시의회 의장 명의로 공포했다.

서울시는 조례 효력을 정지시키기 위해 주민투표와는 별개로 늦어도 오는 19일까지 대법원에 재의결 무효확인 소송과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낼 예정이다.

한편 이날 회견에서 오 시장은 민주당이 ‘비양심적 매표행위’를 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그는 “지난해 6·2 지방선거에서 듣기 좋은 공짜복지로 유권자를 현혹해 무상급식을 확산시킨 데 이어 이제는 무상의료,무료보육,반값 등록금까지 본격적인 무상 시리즈로 다음 선거를 준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에 대해서도 “빚을 내야 가능한 무상 시리즈를 공식화하면서도 ‘빚으로 몸집을 키우는 경제는 안 된다’는 앞뒤 안맞는 말을 내 놓으며 자가당착에 빠졌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