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부상 완쾌, 스윙스피드 높아져 … 올해는 마스터스 챔피언 자신있다"
"동계훈련 때 벙커샷을 집중적으로 연습했습니다. 제가 벙커샷을 잘하는 것으로 소문났습니다만 붓글씨 잘 쓴다고 연습을 게을리 하면 명필 소리 들을 수 있습니까?"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전해오는 최경주(41 · 사진)의 목소리는 차분하면서도 자신감 넘쳤다. 자신의 2011시즌 개막대회인 소니오픈을 1주일 앞두고 연습에 몰두하고 있는 그에게서 뜻밖에도 벙커샷 얘기가 먼저 나왔다.

"잘하는 샷이라도 꾸준히 연습을 해둬야 경기 때 겁이 없어지고 프레셔(중압감)도 다스릴 수 있습니다. 벙커샷은 단순히 그 샷에 그치지 않죠.스윙이나 임팩트와도 관계가 있고 다른 샷의 구질을 바꾸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

최경주는 2009년까지 약 2년 동안 그를 괴롭혔던 허리 부상에서 완쾌했다. 지금은 연습을 오래 해도 지치지 않고 임팩트 때 허리가 돌아가면서 스윙 스피드를 높일 수 있다.

"연습을 아무리 해도 지치지 않아 기분이 좋습니다. 뭔가 비전이 보이는 듯해요. 2011년은 제가 미국에 진출한 지 12년이 되는 해입니다. 제 골프인생에서 다시 도약할 수 있는 해가 되리라는 기대가 듭니다. "

최경주는 매 시즌 플로리다주 탬파와 캘리포니아주 LA 근처에서 열리는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왔다. 지난해에도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파머스 인슈어런스오픈에서 15위,플로리다주에서 열린 트랜지션스챔피언십에서 2위를 차지했다. 몸이 낫고 연습도 충실히 한 올해는 4월 둘째 주 마스터스 이전에 1승을 올린다는 계획을 잡았다.

"물론 올시즌 1차 타깃은 마스터스입니다. 지난해 나흘 동안 타이거 우즈와 동반플레이를 한 끝에 공동 4위를 했지요. 미국 진출 10년째에는 메이저 타이틀에 도전한다고 말해왔는데 4개 대회 가운데 마스터스가 저와 궁합이 가장 잘 맞습니다. 아시아인 최초의 마스터스 챔피언을 노릴 것입니다. "

우승을 하지 못했지만 상금 200만달러를 돌파하며 선방한 지난해에 비해 크게 달라진 점은 없다. 캐디도,클럽도 그대로다. 지난해 시도했던 '사이드 새들 퍼트' 자세는 당분간 제쳐두었다.

"지금은 다시 예전의 퍼트 자세로 돌아갔어요. 퍼터는 캘러웨이 '오딧세이 트라이 핫'을 쓰고 그립도 굵은 '슈퍼 스트로크' 그대로입니다. "

아직 실감하지 못하지만 최경주가 곧 느낄 것은 젊은 후배 2명이 투어에 들어온 점일 것이다. 지난해 말 퀄리파잉토너먼트를 통과한 강성훈(24 · 신한금융그룹)과 김비오(21 · 넥슨)가 그들이다. 양용은에게 그랬던 것처럼,최경주는 두 후배들한테도 조언을 해주었다.

"코스나 대회 분위기 등이 다를 겁니다. 또 첫 해라 쉽지 않을 거예요. 그러나 꿈이 있으면 고통과 역경을 이길 수 있습니다. 소중한 경험이라 생각하고 극복해야 합니다. 중도에 포기하지 말고 장갑 벗을 때까지 최선을 다하면 뜻을 이룰 수 있습니다. "

최경주는 우즈의 2011시즌에 대해 "새 코치와 함께 훈련을 굉장히 열심히 했을 것"이라며 "마음만 먹으면 잘 하는 선수이기 때문에 예전의 '황제' 모습을 되찾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훈련 · 컨디션 · 스폰서 등 모든 면에서 잘 풀릴 것 같은 최경주에게도 아쉬운 대목은 있다. 바로 늘지 않는 영어 실력이다. 그는 다섯 식구 가운데 자신만 문제라고 했다. 미국에서 11년을 보냈는데도 영어는 제자리이고 한국어는 까먹고 있다는 것.그래도 묵묵히 내조해주는 아내 덕분에 힘을 낸다.

"아내가 돼지고기 수육을 된장에 섞어 삶아 썰어서 내놓는 요리는 예술입니다. 삼겹살처럼 쌈을 싸서 김치찌개와 함께 먹으면 온갖 어려움과 향수가 다 달아나지요. "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