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또다시 남북 당국 간 회담을 요구하고 나섰다. 새해 첫날 신년 공동사설에서 '북남 대결 상태 해소'를 언급한 데 이어 지난 5일 '공화국 정부 · 정당 · 단체 연합성명'을 통해 "당국 사이의 회담을 무조건 조속히 개최할 것을 주장한다"고 밝힌 것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 핵참화 운운하며 긴장을 고조시키더니 새해 들어 갑작스럽게 태도를 180도 바꾼 의도와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북측이 진정 우리와의 대화를 원한다면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에 대한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 둔다.

이런 북한의 전술은 이번이 처음도 아니고 과거 남북관계 국면 전환용으로 종종 사용했던 대남 선전공세다. 전문가들은 북의 유화 제스처가 6자회담 재개 환경을 조성하는 동시에 우리 측의 인도적 지원을 확보해 김정은 후계 구도를 조기 안착시키려는 의도로 분석한다. 여기에 국제사회의 비난과 고립상태를 피하면서 오는 19일 미 · 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남북관계 개선 노력을 보여줄 필요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이번 북의 대화 제의는 우리 내부의 분열을 책동하려는 술책임이 너무도 분명하다. '남조선 당국을 포함해 정당,단체들과 폭넓은 대화와 협상'을 강조한 것만 보아도 그렇다. 물론 남북간 문제를 근본적으로 대화로 풀어야 한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그렇더라도 남북간 양자회담이든, 6자회담이든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사태를 마치 없었던 일처럼 지나칠 수는 없는 일이다.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얘기다. 지난해 천안함 폭침 후 북측으로부터 아무런 사과도 받지 못한 채 정부 일각에서 섣부르게 남북 정상회담 운운하다가 연평도 포격이라는 또 다른 무력 공격을 당한 일을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

거듭 강조하지만 정부는 대화에 앞서 반드시 북한 측에 사과부터 요구해야 한다. 또 그동안 혼선을 빚었던 6자회담에 대한 우리 정부의 애매한 입장도 차제에 명확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 우리 스스로 입장 정리가 안 된 상태로는 또다시 이용만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