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바쁜 상사를 위해 늘 핵심만 정확히 짚어 보고하는 김 과장.업무 성과도 좋고 궂은 일에도 과감히 앞장서는 탓에 부장의 총애를 한몸에 받고 있다. 라이벌 의식이 발동한 이 과장은 어느 날 "김 과장은 부장님과 상극인 이 상무님의 고교 후배이니 조심하세요"라고 부장에게 넌지시 말을 건넸다가 오히려 역풍을 맞았다. "이 과장,그렇게 안 봤는데 동료 뒤에서 험담을 하면 되겠나?"

#2 제약회사에 다니는 30대 중반의 민 과장.금요일 밤 11시까지 야근을 한 후 토요일에도 잠시 회사에 들렀다. 때마침 마주친 미국인 임원이 "일거리가 너무 많은 것 아닌가요?"라고 묻기에 겸손하게 "아닙니다. 괜찮습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런데 칭찬은커녕 황당한 지적만 돌아왔다. "민 과장은 좀 더 효율적으로 일할 필요가 있어요. 일을 제 시간에 끝내야 더 수준 높은 업무를 맡길 수 있어요. " 겸손함과 농업적 근면성을 선호하는 한국인 상사와 달리 외국인 상사에게는 높은 집중력과 생산성이 더 중요한 덕목이었던 것이다.

《김과장 & 이대리》는 한국경제신문이 2008년 12월부터 매주 화요일자에 연재하고 있는 직장인 소재 기획기사를 엮은 책이다. 이미 인터넷에서 매주 100만~400만의 클릭 수를 기록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기획물로,지난해 가을엔 같은 제목의 시트콤으로 제작돼 빅 히트를 기록했다.

총 7부 53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풍부한 실제 사례를 통해 직장인이 맞닥뜨릴 수 있는 각종 상황과 처세술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좋은 상사와 좋은 부하되는 법,직장 내 라이벌 대처법,말실수와 문화 격차 극복하기,인사고과 잘 받는 법,뜨는 부서와 지는 부서 고르기,새 부서 적응하는 법,사내 인맥 만들기,맞벌이로 산다는 것,회의의 기술 등 주제마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다. 무엇보다 흔쾌히 공감하며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기러기 아빠'나 '골드 싱글'들의 애환,불황기에 직장인으로 살아남기 등 요즘의 세태도 충실히 담았다.

웃다가도 나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것은 이 책이 가진 최대의 장점이다. 또 직장생활의 왕도는 없지만 성실하게 자기 몫을 찾아가고 이기적으로 행동하지 않으며 다른 사람들과 충분히 교감하는 것이야말로 기본적인 직장인의 자세라는 깨달음도 준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